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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힐스포항CC 회원권 피해액 170여억

이석윤기자
등록일 2024-08-18 17:01 게재일 2024-08-1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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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A씨 회원권 관리, 대금 부족·회원권 상승으로 엄청난 손실 <br/>선매수 문제로 신규회원 모집 등 사기거래 지속… 스스로 목숨 끊어<br/>피해 회원 164명, 경영진 경찰 고발… 골프장측 “법원 판결 따르겠다”

오션힐스 포항CC(이하 오션포항) 회원권 사기거래로 피해를 입은 회원은 164명, 피해액은 170 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 중에는 공무원을 포함 전문인 등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한 이들은 일단 오션포항 경영진을 관리 소홀 등으로 경찰에 고발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숨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A씨가 장기간 사기 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회사 경영진의 묵시적 동의가 없고 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오션포항 사기사건 방식과 경위

국내 골프장 및 리조트에서는 이용권 거래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도 하나 회원권 중개 전담팀을 꾸리거나, 지정 회원권 거래소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오션포항도 담당 직원을 프리랜서로 A씨를 고용, 중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A씨는 오션포항의 ‘회원관리부장’이라는 명함을 썼고 부킹도 도와줬다. 골퍼들은 A씨의 사무실도 골프장 내에 있다 보니 믿고 거래를 했다.

A씨는 평소 회원권 거래 전문 거래소의 선매수 방식을 활용했다. 자신이 회원권 매입을 원하는 골퍼와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하고 먼저 대금을 받은 후 그다음에 확보한 회원권을 넘겨주는 방법이었다.

문제는 시중에 물건이 없는데도 A씨가 매수 대금을 계속 받으면서 불거졌다. 코로나를 지나며 자산가치가 폭등하는 사이, 회원권 가격도 계속 오르자 기존 보유자들이 매도를 하지 않게 된 것. 가령, 의뢰인에게는 1억 원에 회원권을 사주기로 계약을 하고 대금을 받았는데 회원권 가격이 올라 1억3천∼1억5000만 원이 되어버리니 A씨는 가만히 앉아서 엄청난 손실을 봐야 했다. 상식적이라면 이쯤에서 손을 털어야 했으나 A씨는 반대로 계속해서 신규 고객 모집하는 길을 택했다.

서둘러 좀 더 싼 가격에 사야겠다는 골퍼가 늘어난 점도 이 길을 선택한 요인이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먼저 매매대금을 준 고객들에게 회원권은 넘겨주지는 못했지만 회원가에는 공을 칠 수 있도록 해줬다. 처음에는 지인들로부터 무기명 티를 양도받아 이를 해결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다다르자 나중에는 본인이 차액을 직접 지불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월 1000만원 대였던 골프대납 비용이 시간이 지나면서 1억원을 훌쩍 넘기기가 다반사였다.

A씨는 계약자들이 회원권 양도를 요청하면 회원권 경매가 진행 중이니 기다리라는 등의 방법으로 위안시켰지만 A씨 행각은 골프장 내부에서부터 알음알음 소문나기 시작해 점차 시중에까지 퍼져나갔다. 이를 전해들은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해 조사가 시작되었고 얼마 후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내고 사건을 정리했다.

 

◇책임 공방속 골프장 측은 ‘재판받아오라’고 입장선회

A씨가 숨지며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가 불가피하고 그 경우 피해자들도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A씨 사기 과정에 골프장 측이 일부 관여했거나 알고서도 방관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피해자들이 대책위를 구성, 골프장 경영진을 고발한 것도 그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A씨가 2005년 오션포항 오픈 때부터 회원권 거래 관련 일을 해왔고, 골프장 내 사무실과 ‘회원관리부장’이라는 명함을 고객들에게 돌렸다면서 이로 인해 골프장 직원으로 믿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15년과 19년 오션포항 운영위원회 회의에 부장 직책을 가진 사측 인사로 참석하기도 했고 그동안 계약만 한 비회원에게 회원 부킹 횟수와 동일하게 해 준 것은 회사가 일부라도 개입하지 않고서는 어려웠다면서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며 민, 형사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션포항 측에서는 A씨가 골프장 회원권을 중개해주고 커미션이나 수수료를 챙기는 개인사업자였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회사 측은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질 때만 해도 책임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지자 “기존 회원의 이해관계도 있어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한 발 뺐다. 회사 측은 한때 ‘피해자들에게 합당한 회원권 지위를 부여’하는 식으로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그 경우 구좌수가 100여개나 증가, 기존 회원들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고, 피해자들이 계약했던 회원권의 분양가가 다양해 계약 체결 시기마다 시세 차이가 달라 획일적인 보상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이도 포기했다.

또 회원제 골프장인 관계 회사 자금으로 배상금을 변제할 경우 배임 혐의로부터 자유스럽지가 않아서인지 최근에는 아예 법원 판결을 통해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실제 회사 측은 요즘 피해자들이 항의하면 ‘재판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배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식으로 은근히 안내하고 유도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기존 회원권 거래 업체들은 초반에 문제를 파악하지 못해 고객들의 피해를 키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간혹 이런 일이 일어나는 만큼 회원권 거래 당사자들은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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