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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표회담, 테이블 앉기도 전 ‘삐긋’

박형남기자
등록일 2024-08-20 20:03 게재일 2024-08-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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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전체 생중계하자” 제안에<br/>野  “논의없이 발표 하나” 발끈<br/>실무진 회동 미루며 ‘신경전’<br/><br/>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회담 실무협의가 연기됐다. 양측은 20일 오후 실무협의를 진행하며 회담 의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이견이 노출되면서 실무진 회동은 21일 오전으로 연기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오는 25일 예정된 한 대표와 이 대표 회담을 ‘전체 공개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대해 민주당이 “합의도 안된 사항을 언론에 흘렸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신경전이 시작됐다. 양측 모두 실무진 간 득실을 따지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날 여야에 따르면 양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3시 국회에서 만나 대표 회담 실무 협의를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이 실무협의 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대표가 진솔하게 얘기를 하고 민주당이 동의한다면 (회담) 내용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공개하자는 제안도 해보려 한다”고 말하면서 균열이 생겼다. 민주당이 이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실무회의 때 회담 형식과 내용, 주제 등을 충분하게 논의한 후 협의를 거쳐 발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언론에 미리 툭 던지면서 전체 회담을 생중계하자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결국 한 대표께서 여야 회담을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 하는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며 “전화를 걸어 박 실장에게 지적했고 본인도 인정했다. 박 실장의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일단 국민의힘 측이 유감을 표명하면 추후 협의는 21일 오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공개 회담은 한 대표가 내부 논의과정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양당 실무진은 구체적인 회담 의제 등을 협의할 계획이었다. 국민의힘은 탄핵·청문회 등 정쟁 정치 중단 선언, 서민 이자 경감책 등 민생지원 방안, 정치개혁 협의체 상설화를 의제로 제시할 계획이었다. 박 비서실장은 “지금 릴레이 탄핵이 너무 많고 무의미한 청문회 등도 많다. 이런 정쟁 정치를 중단하는 선언을 하자는 제안을 먼저 던져보려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지구당 부활 등을 회담 의제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 비서실장은 “가급적 열린 회담을 한번 해보자는 입장”이라며 “민주당도 굳이 거부할 것 없이 (서로 원하는 의제를) 받아들여서 다같이 논의를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한 대표가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개 회담을 제안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내부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 등에서는 수용 불가 입장이다. 이 대표 역시 금투세 유예를 두고 당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부에선 대표 회담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각 당에 유리한 의제를 올려 놓고 두 대표가 공방을 벌이는 것 외에는 어떠한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며 “두 대표 모두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만큼, 대선 전초전 토론회에 그칠 수도 있다”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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