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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갈수록 기승

성지영 인턴기자
등록일 2024-08-27 20:28 게재일 2024-08-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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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국무회의서 “딥페이크는 명백한 범죄행위” 근절 지시
딥페이크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 chat gpt를 이용한 이미지 제작

◇‘지인 능욕물’ 성행

최근 인공지능을 이용한 사이버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7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지역 고교생이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영상 합성 기술)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취지의 진정이 접수됐다. 이전에도 딥페이크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는 수차례 보도 됐다. 지난 5월 ‘서울대 N번방’에 이어 8월‘인하대 N번방’사건이 터지는 등 대학생들을 상대로한 디지털 성범죄가 지속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는 다른 성범죄와 달리 매우 간단하게 이뤄진다. SNS 프로필 사진과 같이 쉽게 얻을 수 있는 이미지를 나체 사진으로 변조하거나, 반드시 나체 사진이 아니더라도 가해자가 원하는 음란한 이미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지털 범죄 유형은 ‘지인 능욕물’이라고 불린다. 해당 범죄는 가까운 지인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아 더욱 충격을 준다. 서울대 N번방 피해자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이채 송지은 변호사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린 일상 사진을 누군가 캡처해 음란물로 합성한다는 점에서 내 주변 누군가가 범죄 가해자 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며 “딥페이크 피해자가 사회생활을 할 때 굉장히 오랜 시간 괴로움을 겪게 만드는 요소“ 라고 지적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7월 딥페이크 성 착취 범죄 신고는 전국에서 총 297건 접수됐으며, 입건된 피의자 178명 중 10대는 131명으로 무려 73.6%를 차지했다.

SNS 프로필·일상 사진으로도 나체·음란한 이미지 간단히 변조

가까운 지인 가해자인 경우 많아 ‘지인 능욕물’로 불려 더욱 충격

7월 현재 신고 297건 접수…피의자 178명 중 10대 131명 ‘73.6%’

방심위, 신고전용 배너·모니터링 강화·핫라인 등 긴급대책 마련

고교생사이서도 발생 대구교육청 경찰협력 학생 피해파악 주력

‘AI기술 고의 악용 관련 법률안’ 국회 계류 상태 제도적 장치 시급

◇윤대통령 엄단 지시

이에 윤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딥페이크 영상물은 단순 장난이라 둘러대기도 하지만,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우리 누구나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딥페이크 영상물이 SNS(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며 “피해자가 미성년인 경우가 많고, 가해자 역시 대부분 10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 당국에서는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 달라”며 “건전한 디지털 문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교육 방안도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텔레그램에서 발생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27일 실·국장 회의를 소집해 딥페이크 음란물 확산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했다. 28일 전체 회의를 열어 해당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방심위는 먼저 방심위 홈페이지에 기존에는 디지털 성범죄 신고 배너만 있었지만,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 신고 전용 배너를 신설하기로 했다.아울러 관련 모니터링 요원을 기존보다 배로 늘려 실시간으로 피해 상황을 감시할 방침이다.

또 기존에는 텔레그램 측과 전자우편으로만 소통해왔으나 조만간 즉시 협의할 수 있는 ‘핫라인’을 개설해 피해 확산 차단에 신속성을 기할 예정이다. 주요 피해 사례들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할 방침이다.

 

◇교육청·예방교육 강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사건이 고교생 사이에서도 일어나자 27일 대구시교육청은 관할 학교 누리집에 디지털 성범죄 사례 및 처벌 규정, 피해 시 행동 요령 등 안내문 게시하고, 경찰과 협력해 학교 명단의 사실 여부, 피해 및 가해 학생 파악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딥페이크 피해 학교 명단이 온라인 상에 유포된 지난 26일 오전 모든 학교로 딥페이크 기술 등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 대응과 적극적인 예방교육을 강조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또, 피해사례가 확인되면 즉시 경찰에 신고 및 교육(지원)청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아울러, 대구경찰청과 협력해 학교 명단의 진위와 피해 및 가해 학생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2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10대 청소년들이 공포에 떨며 SNS에 올린 자신의 사진을 스스로 삭제하고 있다”며 “수사 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하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또한, 그는 지난 2월 이후 여성가족부 장관의 공백이 현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질타했다.

 

◇관련법안 통과 돼야

AI 기술이 고의로 악용되는 사례는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것도 문제다. 법안들은 대부분 지난 21대 국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임기 만료로 폐지 됐다. 하지만 AI를 사용한 딥페이크라는 사실을 정확히 가려내고 표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워 법안 통과 등 제도 정립이 어렵다. 특히, 오픈 소스로 공개된 AI 모델을 사용한 딥페이크는 추적이 어렵다.

4년전 전국적인 파문을 일으킨 N번방 사건을 취재했던 박지현 전 더불어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현 상황에 대해 ‘국가적 재난 상황’을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가해자들은 불법 촬영을 비롯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졸업앨범의 사진을 가지고도 온갖 성범죄를 벌일 수 있다며, 누구나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지영 인턴기자thepen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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