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청사 여부와 자치권강화 놓고 이견<br/>양보와 화합이 아닌 갈등과 혼란만 초래 <br/>이철우 지사 "중단없는 진행돼야" 여지 남겨
수년간에 걸쳐 지역의 핫이슈로 블랙홀이 됐던 대구경북행정통합이 무산됐다.
지난 27일 대구시 홍준표 시장은 28일 오후6시까지 대구경북합의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통합무산을 선언했고, 결국 통합은 없던일이 됐다.
이유야 어찌됐던 전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통합안을 들고나온지 수년만에, 가까이로는 지난 5월 17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지사가 전격 통합하기로 한 이후 3개월여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행정통합은 대구경북의 명운이 걸린 역사적인 과업이었고, 홍시장과 이지사는 ‘한반도 제2도시도약’ ‘완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란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홍시장과 이지사는 통합추진과정에서 양보가 없었고 시도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에따라 그동안 통합을 위해 쏟은 노력과 에너지가 결실을 보지못함으로 인해 홍시장과 이지사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남게됐다.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하며 시·도민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무위에 그치면서 상처와 갈등만 남겼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특히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고도 두 단체장이 ‘양보와 화합’이 아닌 ‘갈등과 혼란’만 초래했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통합 무산을 넘어 지역 대립의 골만 깊어지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할 처지다.
통합무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통합청사 여부와 자치권강화 문제였다.
당초 대구시는 대구를 중심으로 한 경북흡수 통일을, 경북은 대구는 경제도시로 안동을 행정도시로 만든다는 이원화체제를 고수했고, 이 문제는 양 시도지사의 정체성이 걸려 서로 한치의 양보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사실 이 지사의 입장에서 볼 때 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한지 8년여가 됐지만 자리잡지 못했고, 경북 북부지역민들의 강력한 반대 등으로 인한 부담감으로 대구시가 주장하는 북부청사, 동부청사 안을 받아들이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통합신공항으로 인해 군위군마저 대구로 넘겨준 시점에서 안동청사마저 대구시안대로 북부청사로 축소될 경우 경북 북부주민들에게는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시군자치권 권한 문제다. 당초 대구시는 ‘행정의 효율성’을 내세워 축소를, 경북도는 이와반대로 ‘자치권 강화’를 주장해 평행선을 달렸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홍준표시장과 이철우지사의 입장이 너무나 달라 도저히 합의점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웠다.
당초 홍준표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추진한 통합은 안된다고 밝히고 중단했다.
홍 시장의 통합반대 이유는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시군자치단체로 이어지는 3단계행정을 시군을 제외한 2단계로 축소해야 된다면서, 권 전 시장의 추진의지를 뒤집었었다. 이번에 이 지사와 통합을 재 추진하는 명분에 3단계를 2단계로 축소시키겠다는 조건을 걸었었다.
이와 반대로 이 지사는 시군지자체가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줄곧 주장을 이어왔고, 이는 도저히 대구시 구상과 처음부터 맞지않은 단추였다.
설령 향후 다시 통합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시군자치권 강화문제는 대구와 경북도 중 하나가 포기해야 되는 만큼 큰 난관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대구시와 달리 경북도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행정통합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전대미문의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기존의 시한인 8월말을 지나더라도 시도민의 숙의 등 여러 가지 거시적인 관점을 갖고 추진하자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시점인 지난 27일 홍 시장의 통합무산발표에 이철우 지사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중단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방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이 앞장서서 행정통합을 실현해야 한다”면서 “협의해 조정하는 가운데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대구·경북 통합의 길을 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아무튼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역의 수백년 미래를 가름할 중요사항인 만큼, 기한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큰 틀 속에서 큰 미래를 위해 차분하면서도 이성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