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발언 수위를 높이며 대통령실 인적 쇄신론을 꺼내들었다. 재보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감과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염두해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현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와 여당이 민심에 따라서 쇄신하고 변화하고 개혁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실 인사 문제에 여당 지도부가 의견을 표명할 때 물밑으로 건의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관례지만 한 대표는 공개적으로 용산 쇄신론을 거론했다.
특히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불거졌음에도 대통령 인사권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날 발언은 작심하고 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 배경에는 10월 16일 보궐선거가 이뤄지는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가 있다. 보수텃밭이었던 곳조차 김건희 여사 리스크로 인해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 때문에 한 대표가 작심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김 여사 문제를 짚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 대표의 독대 제안에도 묵묵부답이던 대통령실이 명태균·김대남 사태로 독대를 수용한 만큼,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한계 한 의원은 “한 대표의 발언은 대통령실이 민심을 읽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했고, 다른 당직자는 “한 대표가 현장에서 직접 민심을 듣고 김 여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보선 결과에 따라 독대 의제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져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아가 한 대표의 쇄신 발언으로 인해 빈손 독대라는 지적과 함께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더 불거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