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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라가 되어버린 한국

등록일 2024-10-17 18:07 게재일 2024-10-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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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지난 15일 정오쯤에 휴전선 철책에 막혀있던 경인선과 동해선의 북쪽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합동참모본부에서 밝혔다. 북한이 남북 연결선인 길을 파괴하여 육로로 이어갈 수 있었던 평화의 길을 없애 버린 것이다.

작년 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한 뒤부터 북한의 낌새가 이상하게 감지되었다. 올해 5월과 7월에 동해선과 경인선의 철도 레일과 침목을 제거하였고 9월부터는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와 철도를 끊어버리고 방어축성물을 쌓으려는 의도가 보여 긴장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그 두 곳의 도로 옆에 나뭇잎 지뢰 등을 매설했었다. 상호 우발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측에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서로 걸어서 왕래할 수 있는 길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있는 통로만 남아있는 꼴이다.

이렇게 남북한 군사분계선이 통행 불가로 강화되었으니 우리 남한은 섬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우주에서 찍은 밤의 지구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는 한반도가 아니고 북한 쪽이 까맣고 남한만이 밝은 불빛으로 빛나서 섬처럼 보여진다. 우리는 외국을 ‘해외’ 즉, ‘바다 건너’라고 말하듯이 외국을 가려면 반드시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야만 된다. 차로써 또 걸어서는 국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외국이라는 개념이 너무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엔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국경이라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게 느껴졌다. 첫 유럽 여행할 때였다, 버스를 타고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도중에 작은 마을에서 잠시 버스가 서고 운전기사가 군인인 듯한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차 안을 한번 힐끗 보고는 버스를 출발시켰다. 가이드가 알렸다. ‘스위스로 넘어왔다’고…. 그냥 길을 잘못 들어 지방 경찰에게 묻는 줄 알았는데 국경 검문소였던 것이다.

유럽은 이제 유럽연합(EU)이 되어 하나의 국가처럼 화폐도 통일하여 더욱 국경 개념이 없어졌고, 발칸반도의 여러 나라를 지날 때도 우리나라의 톨게이트 같은 곳에서 잠시 내려 걸어가면 국경 통과, 쉽게 다른 나라로 넘은 것이었다. 북한 때문에 섬 아닌 섬나라에 살아온 탓에 국경을 넘는다는 것을 어렵게 생각했던 나를 깨우쳐 주었다. 물론 옆 나라와 싸우고 있는 경우는 그렇지 않겠지만 다른 나라를 걸어서 넘어간다니 얼마나 신기하랴.

휴전선 철책으로 한 민족이 사는 호랑이 모양의 반도를 갈라놓아 오고 가지 못하는 비극의 나라, 장자(莊子)는 ‘형제는 수족과 같아서 끊어지면 잇기가 어렵다(手足斷時 難可續).’고 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등으로 형제가 좀 가까워지나 했는데, 뭐가 틀어졌는지 4년 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쇼를 벌였고 최근에는 폐기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내는 등 다시 억지를 부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으로 시끄러운 세상이 끝나면 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유럽까지 가보고 싶다. 아! 400㎞ 길이의 답답한 작은 섬나라 한국, 유라시아를 달리는 아시안하이웨이의 꿈은 언제 이루어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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