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소집해 “정국 상황 엄중” 공유… 정국현안 주도 의지 내비쳐 <br/>“이재명 1심 선고 전 김 여사 관련 국민 요구 해소해야” 작심 발언도 <br/> 친윤계는 “대통령 망하라고 대표 세운게 아냐” 대통령실 엄호 나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김건희 리스크 해소를 재차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 대표는 민심 악화를 언급하며 대통령실 인적쇄신·김건희 여사 활동 자제 등 3대 요구 수용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대통령실이 사실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본격적으로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면담 이후 첫 번째로 낸 메시지는 민심이었다. 그는 지난 22일 강화군 풍물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는 이날 저녁 국민의힘 대구·경북(TK) 의원들을 포함한 친한계 의원 20여명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긴급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참석자들과 윤 대통령과의 면담 상황을 공유하고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두고 민심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당이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을 맞고 있으니 내부 결속을 잘해야 한다. 어려운 환경을 직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 참석한 조경태 의원은 “(윤 대통령과) 회동 이후 향후 정국에 대해 엄중함을 공유했다”고만 말했다.
이에 대해 친한계 한 인사는 “당내 세규합을 통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친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국 현안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실과는 별개로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의미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는 23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대통령실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해소해야 한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 재판 결과들이 11월 15일부터 나온다”며 “우리는 그때 어떤 모습이어야 하겠나. 김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대표의 1심 결과가 나오면 “민주당이 집권하면 안 된다는 점에 많은 국민이 점점 더 실감할 것”이라며 “반대로 민주당은 그 상황에서 더 폭주하고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더욱 민심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때도 지금처럼 김 여사 관련 이슈들이 모든 국민이 모이면 이야기하는 ‘불만 1순위’라면 마치 오멜라스를 떠나듯이 민주당을 떠나는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않는다”고 했다.
이에 친윤계는 한 대표의 행보를 강력비판하며 대통령실 엄호에 나섰다. 국민의힘 강명구(구미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원들이, 지지자들이 대통령 망하라고 한 대표 세운 게 아니다”며 “여당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똘똘 뭉쳐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한 대표가 면담에서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거론되는 인사 8명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면서 인적 쇄신을 건의한 것에 대해 “여사가 약한 고리라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나쁜 수법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