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다층적 성찰 다룬<br/>‘시계의 시간’ 호평 받아<br/> 포항 시인 신인상 첫 수상
본지에 ‘이희정의 월요일은 詩처럼’을 연재하고 있는 이희정<사진> 시인이 ‘시계의 시간’작품으로 제16회 가람시조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가람시조문학상은 전통시조를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해 시조를 부흥시킨 가람 이병기(1891~1968) 선생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79년 제정됐다. 1997년까지 시조문학사가 행사를 주관하고 2000년부터는 가람 선생의 출생지인 전북 익산시가 맡아 시상하고 있다. 포항 지역 신인상 수상은 이희정 시인이 처음이다.10년 미만 경력의 시조시인에게 주어지는 가람시조문학신인상 부문에는 총 49인, 245편의 작품이 응모됐다. 수상자는 상금 10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이희정 시인의 ‘시계의 시간’은 시간에 잡혀 사는 우리 일상의 다층적 성찰이 보편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현대인의 낯익은 습관 같은 것을 쇄신하는 시적 발상과 역설적 발견이 반성적 울림을 이루고, 각 장의 독립적 의미 담보에 걸림없는 율격을 입히며 조용한 목소리로 삶을 곱씹게 하는 이채로운 성취를 만든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2019년 경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희정 시인은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발표지원’ 시조부문에 선정됐다. 시집으로 ‘내 오랜 이웃의 문장들’이 있다. 현재 포항 한동글로벌학교 사서로 재직하고 있다.
이희정 시인은“과분한 상을 받았다”며 “상의 권위는 수상자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당부의 말씀을 무겁게 얹으며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애를 되돌아보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시계의 시간’ 이희정
끌려가는 듯 보여도 매 순간 끌고 간다
당신은 끝없는 처음, 쉼 없는 끝말잇기
이것은 소인국 이야기
멀리에선 안 보이는
찰나의 궤도 속을 당신과 내가 산다
놓으면 놓칠까 봐 돌아서면 잊힐까 봐
오로지 앞만 보고 사는
얼굴의 운명 속에
멈추면 끝장이라는 시계의 시간을
소소한 일순간이 일생을 견인하듯
분침과 시침이 놓친 시간
초침은 읽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