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둔 백서 뒤늦게 꺼낸 국힘 <br/>미완성 시스템 공천·전략 부재 지적 <br/>역할 미흡했던 여의도연구원 ‘혹평’<br/>한동훈 “평가는 국민들이 하는 것”
국민의힘이 불안정한 당정 관계,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 등을 지난 22대 총선 참패 요인으로 명시한 총선 백서를 공개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체제 당시 승부수 전략 부재, 기능 못한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등 총선 패배 원인 7가지 항목으로 정리됐다. 이에 대해 한동훈 대표는 “평가는 백서가 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당 총선백서특별위원회는 28일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에 276쪽 분량의 백서를 보고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당초 지난 6월 공개 예정이었지만 전당대회, 재보궐선거 등으로 계속 미뤄지면서 22대 총선 이후 201일 만에 백서가 발간됐다.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이 붙은 백서는 총선 패배 원인으로 ‘불안정한 당정 관계’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총선은 집권 2년차 여당으로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정치적 공동운명체인 정부의 국가운영 평가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호주대사 임명,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 의대 정원 정책, 대파 논란 등 연이은 이슈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였지만, 당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당 이슈들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정부의 기조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당정 사이에 건강하고 생산적인 긴장감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했다.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웠던 ‘시스템 공천’은 반쪽 자리에 불가했다고 평가했다. 백서는 “당이 일찍부터 인재 영입을 준비하지 못해 후보군에 한계가 있었고, 사실상 총선 직전에 만든 기준은 많은 사람이 납득하기 어려웠다”면서 “일부 출마자들은 경선·결선 기준이 다소 비합리적이었다는 점, 현역의원 재배치나 국민 추천제같이 기존의 원칙과 기준에서 벗어난 공천 사례들이 발생하며 시스템이 100%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고 했다.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서도 “이례적인 비례대표 연속 공천, 징계 및 형사처벌 전략자 공천, 호남 인사와 사무처당직자 배려 부족 등 이슈가 불거지며 사천 논란으로 막판 내홍을 야기했다”며 “특히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 안정권에 배정된 점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백서는 선거 전략 부재와 관련해선 “이미 예측됐던 야당의 정권심판론 공세에도 속수무책이었다”며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데 반해 우리는 운동권 심판,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읍소 전략으로 변하며 일관성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총선 당시 여의도연구원의 역할에 대해선도 혹평했다. 백서는 “여의도연구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소수의 후보자들에게만 비공식적으로 공유됐다”며 “전반적인 사기 저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알려준 것으로 확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인 선거운동을 위해 보다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 후보자들은 답답함과 불만을 토로했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에 있는 서울가족플라자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백서에서 패배 요인이 불안정한 당정관계로 꼽힌다’는 질문에 “평가는 백서가 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