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서울역 집회 등 대국민 여론전 ‘특검몰이’ 공세에 明 변수까지<br/>李 대표 1심 선고 기점 반전 꾀하는 국힘… 11월 정국은 격랑 속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공천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11월 정국은 격랑 속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은 2일 서울역 앞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여는 등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특검몰이에 나서고 있다.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5일·25일 1심 선고를 기점으로 반전을 꾀하려고 했다. 그러나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지난달 31일 민주당의 윤 대통령과 명씨의 녹음 파일 공개 이후 여권이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녹음 파일이 공개된 이후부터 공개 일정 없이 잠행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정치적 휘발성이 크고, 정국에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섣불리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음에서 나온 공천개입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 대표의 입장 발표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당정 관계가 봉합으로 갈지, 아니면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되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지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여사 문제 해결의 시한을 11월로 정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특별감찰관 임명을 압박했다. 그러나 녹음 파일 공개 이후 논란의 범위가 김 여사를 넘어 윤 대통령으로까지 확산하게 된 만큼 특별감찰관으로는 야권의 공세를 막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 한 인사는 “김 여사에 대해 요구했던 4대 요구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직접 한다든가, 여러 가지를 해야 한다”고 했다.
녹음 파일로 분위기를 전환한 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를 대비해 28일 본회의를 열어 재표결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찬성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특검법 처리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음성이 담긴 녹음 파일을 추가로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김 여사와 윤 대통령과 명씨가 (연락을) 나눈 게 50회 이상이라고 하고, 공천 개입과 관련해 대통령과 (대화를)나눈 게 최소 2회 이상이라고 한다”고 추가공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이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정치 활동에 치명상을 입게 돼 여당에 정국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4일에는 배우자 김혜경씨의 선거법 위반 재판 1심 결과가, 15일에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25일에는 위증교사 재판 1심 결과가 나온다. 검찰은 이 대표의 혐의에 대해 양형 기준상 최고 수준인 징역 2년과 3년을 구형한 상태다. 만약 이 대표가 유죄를 받게 되면 여권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계속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여야는 11월 내내 김건희 특검법, 명태균 녹취록,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놓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