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경북도와 간담회<br/>중앙정부 권한이양 장밋빛 전망<br/>특혜성 조항 野수용도 의문 지적<br/>당초 1시간보다 30분 넘게 격론<br/>통합 호소 이철우 지사와 입장차
이철우 경북지사와 국민의힘 경북의원들이 대구·경북(TK) 행정통합에 대해 입장차를 보였다. 이 지사는 TK행정통합에 힘을 보태달라고 경북의원들에게 요청했지만 경북지역 의원들은 큰 틀에선 공감하면서도 대체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냈다. TK행정통합이 상당 기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북도는 14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경북의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의힘-경북도 대구경북통합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지사는 인사말에서 “통합으로 TK가 더 큰 권한과 재정을 확보해야 지방이 주도하고 시도민이 주인으로서 주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을 펼 수 있다”며 “국회에서 통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
배석한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도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대구·경북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 경북도당위원장은 “그동안 경북과 대구가 추진해온 통합의 경과와 통합안에 관해 설명을 듣고 다양한 우려와 문제점들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회의에서는 이 지사와 경북의원들이 TK행정통합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당초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겨 30분 넘게 토론이 이어질 정도로 격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경북의원들은 대구 1극 체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한 의원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 1극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대구에서는 TK행정통합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지만 경북에서는 이러한 메시지를 내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의원은 “청사진을 보면 북부권(도청신도시를 대구경북 행정복합도시로, 낙동강·백두대간 규제자유개발구역으로), 동부권(해양·에너지와 역사문화관광글로벌 도시) 등을 추진한다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특히 정부에서 많은 권한을 준다고 하지만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 중앙부처에서 합의해줄 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앙부처의 권한과 기능을 가져오기 때문에 의원입법이 아닌 정부입법으로 TK행정통합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TK행정통합 특별법은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갑) 국회부의장이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의원권력을 거머쥔 민주당이 TK행정통합 특별법을 수용할 지 여부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이 향후 있을 지방선거 등에서 정치적 이득 여부를 따진 뒤 통과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형수 경북도당위원장은 “통합안에 담긴 내용대로 우리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민주당이 가장 어려운 관문”이라며 “특례요구안에 지역 특혜성 조항들이 여럿 담겨 있다. 과연 민주당에서 수용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권한을 가칭 대구경북특별시로 이양하는 조항이 많다. 다른 시도와의 균형상 정부가 이걸 양보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굉장히 많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긴 안목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는 지방 소멸이라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 통합으로 가는 방향은 맞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이걸 추진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했다.
이철우 지사도 “민주당과 지역 내 갈등으로 인해 다음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 이런 걱정들이 많았다”며 “의원들도 가는 방향은 맞다. 다만 대구 쏠림 현상 등 일부 부작용을 우려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충분히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