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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도 뜻 관철 못시킨 '2022 국힘 포항시장 후보' 공천

이석윤 기자
등록일 2024-11-15 11:42 게재일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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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의원, '포항시장 공천 건으로 당시 김건희 여사 만났다' 비화 공개
사진 : 김정재 국회의원실 제공
사진 : 김정재 국회의원실 제공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이던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당시 당선인)이 자기에게 특정인을 공천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중앙언론은 15일 그 당사자 중 한명은 포항시장이라고 보도했다.

이 의원은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공천 시기 활발하게 소통한 기록을 다 확인해봤다"면서 "어느 도당 위원장이 '이준석이 말을 안 듣는다'고 읍소하자 대통령이 나한테 특정 시장을 공천해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 어떤 구청장 공천에 대해선 지금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이 없으니 (다른 사람을) 주는 것이 좋지 않냐고 말한 적도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인물과 내용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에 "그 시도가 좌절됐기 때문에 지금 단체장하는 분들에게 누가 될 수 있어 대통령이 그런 행동을 했다 정도"라며 말을 아꼈지만 중앙언론들은 이들 '특정 시장'과 '서울 어떤 구청장'이 각각 포항시장과 강서구청장으로 확인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를 요약하면 윤 대통령이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를 거치지 않고 박성중 서울시당위원장을 통해 강서구청장 후보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을 추천해 성사시켰으며, 포항시장 후보 경우 현 이강덕 시장이 아닌 특정 인사를 공천해달라고 직접 요청했으나 이 대표가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를 전제로 할 경우 이준석 의원이 밝힌 ‘어느 도당 위원장’은 포항 김정재 의원인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김 의원은 경북도당위원장 자격으로 도당 공천심사위원장을 겸하고 있었다.

이 의원의 발언으로 2022년 6월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 비화가 밝혀짐에 따라 포항시민들은 그때 상황을 다시 소환하며 퍼즐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에 누가 될지는 지역의 큰 관심사였다.

이강덕 현 시장이 3선 도전에 나섰고 문충운, 김순견,  장경식, 박승호, 정흥남 등이 출사표를 던져 경쟁이 불붙었다. 구도상 이 시장은 당연 유력한 주자로 꼽혔다.

하지만 김정재 의원과의 관계가 문제였다. 평소 소통이 원만치 않았고, 자주 부딪혔다. 이 시장은 괘념치 않았고 경선만 하게 된다면 무난하게 넘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도당 선관위가 도내 23개 시군 단체장 공천 내부기준을 만들면서 3선에 도전하는 도내 5곳 시군 단체장 경우 3곳을 탈락시킨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은 장욱현 영주시장, 김영만 군위군수와 함께 하위 3명 안에 들어 컷오프됐다.

이 시장은 여론조사 설문 내용에 문제가 많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중앙당 공관위에 재심을 요청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 시장은 우여곡절 끝에 중앙당 공심위로부터 ‘컷오프는 무효’라는 판정을 이끌어냈고, 결국 다시 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2.9%의 득표율로 국힘 공천장을 받아 3선 고지에 올랐다.

이준석 의원이 윤석열 당선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시점은 첫 여론조사 후 하위 3명에 든 이강덕 시장이 반발하고 있을 때 쯤으로 보여 진다. 그 당시 김정재 의원은 도당위원장의 역할을 다해 대통령 당선에 큰 기여를 했고, 당선인의 신뢰가 높은 시기였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포항에 내려오자 앞장서 브리핑을 하며 힘을 과시했다. 이때 이 시장은 시장이면서도 당선인이 온 현장에도 못 가 패싱 논란이 이는 등 공천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 시장한테는 든든한 후원군이 있었다. 이준석 당 대표였다. 통상적으로 선거철이 되면 당 대표는 도당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쪽이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중앙당에 민원이 쇄도하자 포항시장 공천을 면밀하게 들여다봤고, 이후 도당위원장보다는 이 시장의 재심 쪽에 손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대표가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알려진 건 없다. 다만,  이준석 의원이 추후  단체장 공천에 국회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로 포항을 들었던 점으로 미뤄  당시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재 의원은 포항시장 후보 문제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자 윤 당선인에게 SOS를 쳤고, 윤 당선인이 이준석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으로 일단은 관측된다.

 이와 관련, 이준석 의원은 1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전후 상황을 설명하면서 포항시장 공천 건으로 김건희 여사도 만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시 경북도당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경쟁력 조사를 실시했다"며 "도내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해 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포항 현직 지자체장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컷오프 대상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항 지역에서 '다른 후보를 공천해 줘야 하는 게 있기 때문에 현 시장(이강덕)이 일 잘하고 인기 좋은 분이니까 객관적 지표로 잘라내기 위해 이러는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단 보고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잡기 위해 포항시장 공천을 중앙으로 끌어올린 건데 윤 대통령이 (전화해) 포항시장 후보 공천을 두고 '원래 공천이라는 것은 당협위원장 의견을 들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며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또 "굉장히 이례적이라 추가적으로 알아보니 특정 인사가 김 여사가 가깝다는 이유로 지금 포항 바닥에 본인이 공천받을 것이라고 하고 다닌다는 정보가 들어왔다"며 "사실이든 아니든 거론된 당사자(김 여사)와 얘기해 확인하고자 김 여사를 만났다"고 했다. 김 여사와의 만남에 대해선 "결과를 보면 반응을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공천 배제됐던 이강덕 예비후보는 닷새 만인 2022년 4월 27일 다시 경선 기회를 얻었고, 5월 8일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준석 의원이 당시 공천 비화를 공개한 후 지역에서는 참 알지못하는 것이 정치라는 말들을 새삼 실감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시장이 도당 공심위에서 컷오프된 후 중앙당 공심위의 구제로 되살아난 뒤 지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도왔기 때문이라고들 알고 있었다.  실제 윤 당선인과 이 시장이 가깝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라는 말도 돌았었다.  하지만 지금 공개되는 내용을 보면 당시 돌아갔던 상황은 지역인들이 알고 있었고 유추했던 것과는 완전 반대의 흐름이 전개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의원이 밝힌 ‘특정 인사를 공천해 달라’ 한 그 당사자는 누구일까.  포항 안팎에선 그 특정 인사가 문충운 예비후보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당시 문 후보는 김정재 의원실 측근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고, 이 시장이 날아가면 국힘 공천은 문 예비후보가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지역에 파다했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윤석열 당선인이 나섰는데도 이강덕 시장이 컷오프됐다가 되살아남아 3선에 오른 것이나 포항 남구에 출마키로 했다가 등록을 앞두고 북구로 급선회, 3선까지 거머쥔 김정재 의원의 정치 흐름을 보면 누가 뭐래도 ‘운’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석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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