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장악력·대여 공세 동력 약화<br/>민주당 내 일각 대안 주자 의견<br/>비명계 중심으로 ‘新 3김’ 떠올라<br/>국힘, 친윤·친한 내홍 완화 국면<br/>韓 대표 입지 탄탄해질 가능성 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됐다. 민주당은 무죄나 100만원 미만 벌금형이 선고될 것이라 전망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징역형이 선고되면서 여야 정치 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에 대한 1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19년간 선거권이 박탈돼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특히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 대표가 공고히 다져온 당 장악력이 시간이 갈수록 흔들릴 수 있다. 대장동 사건,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재판과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주도해온 대여 공세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으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대체할 대안 주자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신(新) 3김’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전 국부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떠오르고 있다.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을 향해 김건희 여사 특별법 수용을 촉구하는 등 민주당의 기조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반면 김 전 지사는 물밑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전 지사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후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독일 베를린 현지에서 김 지사를 극비리에 회동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계파색이 엷어 당내 폭넓은 지지를 받는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의 입지가 탄탄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 대표는 연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며 ‘검사 대 피의자’ 구도를 더 강화하고 있다. 한 대표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이 대표 재판 담당 판사 겁박에 강력히 대응하겠다. 당 대표로서 제가 끝까지 앞장서 막겠다”고 적었다. 이에 앞서 그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를 거론하며 자신의 법무부 장관 재직 중 이뤄진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덕분에 해당 수사가 가능했다는 취지의 글을 적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친윤계와 친한계의 내홍이 다소 완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한 대표에게 유리한 점이다.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반대하고, 한 대표가 주도해 온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에 찬성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도 한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유지할 명분이 더 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는 수세에 몰린 여권에 모처럼 찾아온 기회”라며 “한 대표가 리더십을 확실하게 보여 주도권을 잡을 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