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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장 공천 경선 논란 재점화

이석윤 기자
등록일 2024-11-17 20:30 게재일 2024-11-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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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윤석열 당선인 시절에<br/>  포항공천에 개입 했었다” 토로<br/>  이 現시장 ‘컷오프’ 재심 청구중   <br/>  문 예비후보 공천 내정설 관련 <br/>  김 여사 만나 확인한 사실 밝혀<br/>  당시 도당위원장 김정재 의원은 <br/>“연락한 사실 없다”며 연루 부인

지난 2022년 실시된 포항시장 국민의힘 후보 공천 과정이 정치권에 소환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더욱이 논란을 키운 당사자가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라는 점, 이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포항시장 공천 한복판으로 끌여들였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간단치는 않을 전망이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국민의힘 당대표이던 자신에게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항시장과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로 특정인의 공천에 관여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이 “포항은 도당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 말을 듣고 공천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대통령 당선인이 저에게 역정을 내면서 (공천을) 얘기하는 건 이례적이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문충운 포항시장 예비후보가 김건희 여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공천을 받을 거라고 하고 다닌다는 정보가 들어와 확인하기 위해 김 여사를 만나기도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강덕 포항시장 예비후보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경북도당 공청관리위원회에서 공천 배제(컷오프) 결정이 내려지자 재심을 청구해 놓고 있던 상태였다. 

이 의원이 김 여사를 찾아간 시점은 이 시기로 보여진다. 이는 뉴스토마토가 당시 이 의원과 김 여사와의 나눈 통화 녹음파일을 입수해 공개한 부분과도 일치한다.  뉴스토마토는 이 의원이 김 여사를 찾아가기 위해 전화를 건 내용을 확보, 실시간 별로 공개한 상태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는 “사실이든 아니든, 확인이 필요해 긴급하게 전화했다”고 했고, 김 여사와 나눈 얘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컷오프 번복)를 보면 유추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자신이 김 여사를 설득해 본인 뜻을 관철시켰다는 의미로 들리나 김 여사가 문 예비후보를 밀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 부분이다. 

 다만 윤 당선인이 이 의원에게 “지방선거는 도당위원장의 의견을 들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한데다 이 의원이 김 여사에게 사실 확인 차 찾아간 점으로 미뤄 대통령 부부가 국민의힘 포항시장 공천에 관심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사안으로 김정재 의원(당시 도당위원장)도 새삼 그 당시 일로 주목받고 있다. 도당 공심위원장을 겸하고 있던데다 포항지역 의원인 탓에 이 시장 공천 논란을 비껴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시 이 시장은 국힘 공천을 신청할때만 해도 무난하게 최종 경선까지는 갈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도당 공심위 1차에서 컷오프됐다. 경북도당 공관위가 3선 연임에 도전하는 도내 5곳 시군 단체장의 경우 3곳을 탈락시킨다는 내부 방침을 확정하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이 하위 4위에 랭크됐던 것.

 이 시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여론조사 설문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중앙당에 재심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도당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을 몰아세웠다. 김 의원은 본인이 여론조사기관이나 설문 내용을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이 아니라 공심위에서 합의 처리한 것인 만큼 문제가 없다며 맞섰다. 

 이 시장의 저항에도 불구, 2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포항에서 김병욱 전 의원만 김 의원의 손을 들어주면 사실상 이 게임은 끝날 판이었다. 김 전 의원도 처음에는 이 시장 공천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에게도 이런 뜻을 수회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컷오프 후 지역 여론이 들끓자 김 전 의원은 이 시장 쪽에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특정 후보를 ‘교체지수’ 조사 결과만을 근거로 ‘컷오프’하는 것은 지역 사회의 여론과 배치된다”며 이 시장 탈락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중앙당에 제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당시 대표인 이 의원을 만나 포항시장 공천과 관련한 각종 문제점과 다양한 의견을 전달했다. 이 의원은 이후 포항시장 공천과 재심에 여러 의견을 냈고, 결국 중앙당 공관위가 재심 결정을 내리면서 버티던 김정재 의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윤 당선인이 포항시장 공천과 관련해 이준석 대표에게 전화했다면 그 시기는 이 대표가 재심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을 때 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것도 김정재 의원이 윤 당선인에게 얘기를 해달라고 한 것인지, 문 예비후보가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대통령 부부에게 연결한 것인지, 또 다른 일이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공천 당시 정치 안팎 흐름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포항공천 논란을 특이한 사례로 꼽고 있다. 그는 “선거에서는 웬만하면 당대표는 도당위원장과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들어주는데 대표와 김정재 의원 간 사이가 정치를 하는 동안 원만하지 않고 꼬인 부분도 사안을 복잡하게 만든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만에 하나, 김 의원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SOS를 쳤다면 재심이 내려올 경우 그가 입을 정치적 내상이 적잖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도당위원장으로 대선을 잘 진두지휘, 급이 올라간 김 의원으로선 재심이 결정되면 체면을 구기는데다 향후 자신의 3선 도전 등 정치여정에서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 신호를 보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김 의원은 포항시장 공천 문제로 윤 당선인에게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준석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한때는 입장을 정리, 반박하려고도 했지만 그 경우 오히려 논란만 키워 판이 커진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김 의원은 지역인사들에게는 이 의원이 명태균씨와 얽힌 여러 의혹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내놓고 있다. 이 의원이 자신을 향해 검찰의 칼날이 조여오자 대통령 부부를 끌어들이는 한편, 여권을 압박하기 위한 식의 수를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여부를 떠나 대통령 당선인 부부까지 나선 국힘 포항시장 공천은 아무튼 이강덕 후보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그는 당시 우여곡절 끝에 중앙당으로부터 재심을 받아냈고 최종 경선에 나가 절반이 넘는 지지로 국힘 공천장을 손에 넣은데 이어 무난하게 3선 고지에 올라 시정을 이끌고 있다. 이 시장은 또 이번에 사태가 불거지자 “당시 당 지도부 일은 자신이 알수도 없는 것”이라고 재빨리 선을 긋는 등 입장을 확실히 정리하고 있다.

포항지역에서는 뒤늦게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에 대해 우려와 함께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포항으로서는 아무 도움도 안되는 일에 대통령 부부까지 엮이게 돼 무척 안타깝다”며 “하루빨리 사태가 수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석윤·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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