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새 뚝 떨어진 기온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가로의 플라타너스 넓은 잎이 포도(鋪道)에 뒹굴며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올해도 50여 일밖에 남질 않았으니, 찬바람이 불기 전에 겨울 채비를 하면서 지나온 날들과 주변을 살피고 챙기며 결산을 해야 하는 모종의 암시(?)를 내리는 듯하다. 앞만 보고 줄기차게 달려왔었던 지난날들에 대한 회고와 자취를 더듬어 한 해의 활동과 공과를 정리하고 결산을 준비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연초에 계획하거나 목표로 했었던 일들을 되짚어보며 근사치나 달성치를 가늠해보는 것은 내심 관심거리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1년 동안의 삶의 궤적을 반추하고 확인해보는 일종의 체크 리스트나 자기진단표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다시 말해 ‘1년 농사’를 어떻게 지었느냐에 대한 작황을 생각해보는 성찰의 시간 같은 것이다. 이런 과정이나 절차를 거치면서 해마다 ‘삶의 농사’는 노력과 실천에 따른 공과(功過) 득실로 환산되어 자신의 삶이 풍부하고 윤택하게 가꿔지는 것이리라.
개인적인 삶이 이럴진대, 어떤 조직이나 단체, 기업이나 기관 등의 경우에는 보다 체계화되고 실질적·합리적인 장치에 의해 공적이나 유공을 파악, 추천하여 심사와 검증과정을 거쳐서 포상 또는 표창을 하게 된다. 즉 ‘상을 준다’는 것으로, 상(賞)이라는 것은 잘한 일을 격려, 칭찬하고 그 일을 장려하기 위하여 주는 물질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상은 선행·공적·미기(美技)·실력·능력 등을 칭찬하고 사회에 장려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모범적이고 사회공공적이며 교육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은 광범위한 정부의 포상제도에 따른 훈장과 포장을 비롯, 사회의 각 기관·단체들도 각종 상급규정을 마련, 시상을 하고 있다.
또한 문학·미술·음악·학술·체육·과학·언론·사회봉사·출판 등 각 분야에 걸쳐 포상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민속제와 민속대회 및 각종 공모·공연·경기에도 상을 걸어 수상자를 뽑고 있어 상의 분야와 종류 면에서 아주 다양하다.
이처럼 상이 극도로 다양화·다종화 되고 상금과 부상도 대규모화 되어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열정을 쏟아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점 등이 오늘날 우리나라 포상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한달 여 전, 한강 작가가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문학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반가운 기별 마냥 도처에서 들려오는 이러저러한 수상 소식이 한해의 소중한 결실로 나타나 기쁨을 더해주고 있다. 각종 문학상을 비롯 문화상이나 작품상, 봉사상, 선행상 등이 저마다의 분야에서 정성과 노력을 다한 증표 마냥 빛나고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수상은 그만큼 대내외적인 의미가 크고 파급력이 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코 상금의 액수나 권위, 명예 등을 가늠해서 수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상이 있기까지 수상자만의 남모를 인내와 땀방울, 숱한 고초가 쌓인 내공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