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물든 잎새들이 소슬한 바람 결에 이리저리 흩날리며 떨어져 길바닥이며 나무 둘레마다 ‘낙엽의 수채화’를 그리는 듯하다. 미련 없이 나뭇가지를 떠나는 잎사귀나 시들고 메말라가는 풀잎이 공허하거나 초췌해보이지 않는 것은, 조락으로 동장(冬藏)을 대비하며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도심의 가로수나 쉼터 같은 소공원의 군데군데 심겨진 나무들이 회색빛 도시거리의 칙칙함을 조금이나마 상쇄시켜서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노란 은행잎이 일제히 손 흔들며 행인을 반기는 것 같고, 길바닥에 뒹구는 낙엽들이 계절감을 상기시켜며 자신을 일깨우는 듯하다. 어쩌면 사소하고 하찮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거나 관점을 달리하면 보여지고 다가오는 것들이 색다르고 다양한 일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생활 속의 작은 발견이랄까, 사소함에 대한 관심이랄까, 눈여겨 주변을 살펴보면 익숙한 것도 새롭게 보이고 하찮은 것들도 대수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더러 있다.
이를테면 길거리 조형물이나 예술품, 작은 갤러리나 공방에 전시된 아기자기한 작품들 따위다. 무심코 지나치면서 눈길이 가는 간판의 디자인이 독특하게 여겨지고, 자주 다니는 길목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풀 한포기가 무언의 메시지를 전해줄 때가 있다. 이렇듯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익숙한 듯 낯선 풍경과 심미적인 감성을 부추기는 일들이 간혹 나타나게 됨은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가 평소와는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현재 포항 육거리 일대 꿈틀로 예술거리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포구다방 프로젝트’ 전시회는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공통의 문제를 저마다의 예술적인 감성으로 풀어내기에 충분한 테마 전시회로 여겨진다.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 ‘2024 경북문화재단 예술거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11월 20~30일까지 꿈틀로 일대 청포도다방, Space 298 등지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경북도의 지역소멸 극복을 위한 테마별 시화, 그림, 사진, 도예 등의 예술작품을 스토리와 곁들여 특색 있고 다채롭게 선보여 한층 눈길을 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경북 동해안 어촌마을이 처한 현실과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퇴색과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문화예술적인 접근으로, 잊혀지거나 방치된 공간을 재발견하고 이를 역사와 지역성을 살린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탈바꿈시켜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간다는 기획의도를 담고 있다. 즉, 예술적 실천의 무대를 위한 장소의 재생, 협력과 공감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의 문제해결, 지역민과 문화예술인들의 교류·소통을 위한 네트워크의 형성으로 체계화·담론화시켜서 문화예술활동의 지속가능성과 확장가능성을 담보하고 탐구해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원도심의 낙후성 극복과 포항지역 예술가들의 창작활동 구심점으로 2016년부터 자리잡은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에 이와 같은 테마전시회가 열린다는 것은 도시에 숨결을 불어넣고 활기를 더해주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뭇잎들의 채색으로 스산한 길거리가 조금은 아름다워지듯이, 가까이에서 예술작품을 보고 느끼며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예술의 향기가 곳곳에서 피어난다면 한결 품격 있고 아름다운 문화도시가 될 것이다. 문화와 예술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저력이자 선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