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단체장 공천 기도금 명목<br/>억대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br/>지역 공천 불법의혹 도마위 올라<br/>윤대통령·김여사 친분 과시 이력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와 친분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건진 법사’ 전성배(64)씨가 17일 억대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 범죄 합수단(단장 박건욱)에 체포된 가운데 전 씨에게 1억원 넘는 금품을 건넨 인사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영천시장에 출마하려던 모 후보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구 경북 자치단체장 국민의힘 공천 여부 실태가 또 도마위에 올랐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시장 군수를 하려는 사람들이 아무리 자리가 탐나더라도 제정신인가 하는 지적이 강하게 나온다.
검찰은 전씨가 모 후보자에게 “공천을 받도록 도와주겠다”고 했고 “경선에서 이기도록 기도를 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 ‘기도비’ 명목으로 사실상 ‘공천 헌금’을 받았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는 “해당 후보자가 당선에 실패한 뒤 돈을 돌려주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영천 시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에는 여러 후보자가 경합했으나 김수용 경북도의원이 단수 공천 받았다. 전 씨에게 돈을 건넨 후보자는 공천에서 낙천했던 영천시청 간부 출신 후보자 중 한 명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은 김 경북도의원도 당시 본선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현 최기문 영천시장에게 패배했었다.
영천에서는 전 씨가 돈을 받았을 당시에는 윤 대통령이 아직 검찰에 있을 때인데다 정치에 본격 발을 디딘 상태도 아닌데, 영천시장 출마 후보자가 무엇을 믿고 전 씨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넸는지도 의의해하고 있다.
앞서 고령군수 출마 후보자도 2022년 국힘 공천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 김영선 의원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연결이 돼 얼마 전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며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었다. 고령군수에 출마하려던 그 인사도 명 씨가 국힘 공천을 시사하자 현금 1억2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지역에서 명 씨에게 줄을 댄 인사는 2명 더 있다. 구청장 출마를 염두에 뒀던 모 대구시의원도 명 씨에게 금품을 제공,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달성군수에 출마하려던 모 후보자도 명 씨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명 씨의 달성군수 개입 논란은 명 씨가 주변인들과 나눈 녹취가 공개되면서 드러난 것으로, 성사여부를 떠나 금품액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대구 경북 자치단체장을 하려던 인사들이 공천을 받기위해 거액의 금품을 건넨 사실 등이 잇따라 불거지자 지역 정치권은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천의 모 사회단체 대표는 “영천시청 핵심간부까지 한 사람이 어떻게 법명도 검증되지 않은 법사라는 이에게 그 큰 을 주며 공천을 받을 생각을 했느냐”며 어이없어 했다. 그는 “그런 생각이라면 당선되더라도 무슨 일을 하겠느냐”며 이제는 유권자들이 정말 제대로 된 후보자를 선택하고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령의 김 모씨는 “국힘 공천만 받으면 당선보증수표라는 지역적 현실이 이런 문제를 낳고 있다”라며 더 이상 이런 후진적 정치문화가 자리 잡지 않도록 사법당국이 보다 강하게 나서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