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입장 낼 문제 아냐” 말 아껴<br/> 일각 “비정상·비겁한 행동”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에게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한 것에 국민의힘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일 윤 대통령이 보낸 편지 메시지에 대해 말을 아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의 편지에 대해 “수석대변인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당의 공식적 입장을 낼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편지에 대한 해석은 받아보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지자들이 이 추운 겨울에 밖에서 떨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일 수도 있고, (편지) 뒤의 일부분은 지지자분들께 호소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하나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확답을 피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지지자들에게) 구체적 지침이나 행동 지침을 준 것도 아니다”라며 “위로와 감사의 표현도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양쪽 측면을 균형 있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편지에 대한 공식 입장을 자제한 배경에는 윤 대통령 메시지가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층을 겨냥한 것인 만큼, 섣부른 입장을 내놓을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여권 내에서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태극기 시위대에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달라고 선동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체통, 품격을 버리나.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도 “혹세무민하고, 대중들 뒤에 숨어서 비겁한 행동과 말을 반복하는 것은 역사가 참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마지막까지 기록하게 될 것 같다”고 했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은 “국민 간의 충돌로 이어질까 봐 좀 우려스럽다”며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대통령의 기본자세”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일부 지지층에 더 매몰된 것 같다”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을 옹호했던 친윤계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과 손절하고 서둘러 조기 대선 모드로 넘어가야 한다는 기류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