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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승천 꿈 1000냥” 조선 매매문서 공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5-01-08 19:51 게재일 2025-01-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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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최초 발굴<br/>1814년·1840년에 작성된 2점<br/>청룡·황룡 등장 길몽 매매 담겨
1840년 2월 2일, 집안의 여자 하인 신씨가 집주인의 친척 동생 강만에게 삼색실을 받고 꿈을 판 문서사진= 박기상(朴基相) 꿈매매문서(기탁: 순천박씨 충정공파 운경정사).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최근 한국국학진흥원의 국학조사자료팀이 조선시대에 작성된 ‘꿈 매매문서’ 2점을 최초로 발굴,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문서들은 각각 1814년과 1840년에 작성됐으며, 모두 용꿈을 사고판 거래를 담고 있다.

△청룡과 황룡이 등장하는 꿈의 매매

1814년 2월 말, 대구에 살고 있던 박기상(朴基相)은 청룡과 황룡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꿨다. 박기상은 사흘 뒤인 3월 3일에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나는 친척 아우(族弟) 박용혁을 떠올렸고, 그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고 팔았다.

당시 작성됐던 매매문서에 따르면, 두 사람은 1000냥에 꿈을 팔기로 합의하고 대금은 과거 급제 후 관직에 오르면 지급한다고 적혀있다.

또 문서에는 길몽을 꾼 ‘몽주(夢主) 박기상’과 그 꿈을 샀던 ‘매몽주(買夢主) 박용혁’의 날인이 있으며, 친척 두 명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1840년 2월 2일, 경북 봉화에 살고 있던 진주강씨 집안의 여자 하인 신씨는 청룡과 황룡 두 마리가 서로 엉켜있는 꿈을 꾸고는 집주인의 친척 동생인 강만(1824~1880)에게 청색·홍색·백색 등 삼색실을 대가로 받으면서 꿈을 팔았다. 이때 작성된 매매문서에는‘몽주(夢主) 반비(班婢) 신(辛)’과 증인으로 참석한 그녀의 남편 박충금의 날인이 있다.

신씨 꿈매매문서(기탁: 진주강씨 법전문중 도은공파).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신씨 꿈매매문서(기탁: 진주강씨 법전문중 도은공파).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길몽(吉夢)을 사고파는 오래된 전통

‘고려사’의 ‘진의매몽’과 ‘삼국유사’의‘문희매몽’은 꿈을 사고파는‘매몽(買夢) 설화’의 대표적 자료다. ‘진의매몽’은 보육(寶育)의 둘째 딸 진의가 성년이 됐을 때 언니가 오관산 정수리에 올라 소변을 보니 천하에 가득 흘러내렸다는 꿈 이야기를 들려주자 “제가 비단 치마로 그 꿈을 사겠습니다”하고는 정화왕후가 됐다는 이야기다.

‘삼국유사’의 ‘문희매몽’은 김유신의 누이 보희가 서악西岳에 올라 소변을 보니 장안에 가득 찼다는 꿈을 꿨고, 동생 문희가 비단 치마 한 벌을 주고 길몽을 사서 김춘추(태종무열왕)의 왕비가 됐다는 줄거리다. 꿈을 둘러싼 해몽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오래된 전통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태아의 성별과 운명을 예측하는 태몽, 횡재를 불러온다는 돼지꿈과 대소변에 관련된 꿈 등이 있다. 특히 용꿈은 사회적 지위 상승을 암시하는 길몽으로 여겨져 왔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길몽을 사고파는 일은 오늘날에도 행해질 정도로 우리에게는 친숙한 습속이다. 그런데 꿈의 매매는 일반적으로 구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꿈 매매문서는 매우 희귀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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