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저만치 오는데 매서운 한파가 몰려오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영하권에 들어서면서 곳곳에 한파 특보가 계속되고 있다. 한파주의보는 영하 12도 이하 날씨가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되는데 포항 경주 구미 등 전국 17개 지역에 내려졌고 경북 북부는 한파경보까지 내려졌었다. 여기에 전남, 전북과 울릉도, 독도는 대설경보까지 내려져 교통안전에도 비상이 걸렸고 항공기 여객선도 결항하고 있다.
‘입춘 추위는 꿔다해도 한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닌 듯한 2월 초순의 날씨다. 체감기온이 영하 20도가 된다는 이번 추위와 강풍은 주말까지 이어진다는 예보이니만큼 기저 질환자나 65세 이상 노인들은 야외활동을 삼가고, 이곳 동해안 지역은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으니 화재 예방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입춘이 지나면 봄이 오겠지만 마음을 모아 빌어보기로 하고 입춘이 드는 3일 밤 11시 10분을 기다려 입춘첩을 현관문에 붙였다. 늘 써오던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대신에 요즘 나라가 돌아가는 사태가 염려스러워 나라의 안녕을 염려하며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의 입춘축(立春祝)에서 하나를 뽑아 반반 섞어서 ‘입춘대길 국태민안’으로 써 붙였다. 현관을 깨끗이 닦고 들어와서 설날 자식들이 선물로 준 견과류를 깨물며 ‘부럼깨기’도 했다. 그리고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掃地黃金出 開門百福來)의 입춘방(立春榜)처럼 다음 날 아침에 문을 열고 나가 바닥도 쓸었다. 어디서 금덩어리가 나오는 복이 오려나….
시골집 기둥에도 입춘첩을 붙였는데 이 나라의 입춘첩은 어떤 것을 붙일까? 대통령은 구치소에 있으며 탄핵과 특검에 묶여 국회와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고 있으니, 비바람이 순조로워 시절이 평화롭고 풍년이 들도록 우순풍조 시화연풍(雨順風調 時和年<8C50>)을 마음에나마 붙여볼까.
바다 건너 미국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보호무역의 현실화를 들먹이며 관세 전쟁으로 가려는 위험이 크다. 국경 접한 캐나다와 멕시코는 관세 협상이 극적인 타결을 이루어 30일간 유예됐다지만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10% 추가 관세 등에 서로의 문을 닫아 난맥상이다. 이에 우리의 반도체, 철강산업, 2차 전지의 수출 대외 리스크는 최악의 침체와 더불어 환율도 높게 치솟고 있으니 특히, 수출의존도가 중국에 32% 미국에 16.2%로 높은 경북은 무역 한파에 비상이 걸릴 듯하다. ‘입춘 추위에 장독 깨진다’는 말이 있듯이, 세계적 무역 한파에 그동안 잘 담가 놓았던 한국의 대외수출품 장독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런데 정계는 장독 돌볼 생각도 하지 않고 여전히 추운 천막 속에서 홍매가 피나 백매가 피나…. 서로의 뿌리만 갉아 대고 있으니 밝은 봄날을 기다리는 국민은 입춘대길만 읽을 뿐 가슴이 아프다.
장성동 천마지 둘레길을 걸어봤다. 숲길 옆 진달래는 아직도 콩알만 한 꽃봉오리가 맺혀있고 출렁다리 지나며 내려다본 얼어있는 못가엔 청둥오리 몇 마리가 조용하다. 그러나 이제 곧 봄이 오려니, ‘입춘에 비 오면 풍년이 든다’ 했으니 어저께 뿌린 눈발이 땅을 적셔 풍년이 올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