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작가 공동 창작집 ‘사람이 운다’(예옥)가 출간됐다. 이 책은 북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넓히고, 탈북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자 서울대 국문과 방민호 교수가 2016년부터 추진한‘남북 작가 공동 창작집’, ‘탈북작가 공동 창작집’ 출간 작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이번 창작집은 (재)통일과 나눔의 후원을 받아 기획됐으며,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김정애, 김유경, 도명학, 설송아, 송시연, 위영금, 이지명 작가 등 7명이 참여해 소설 7편, 시 10편 등 총 17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작품들은 탈북 이전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 과정, 그리고 한국 정착 이후의 생활 전반을 다루며, 보편적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들은 사랑과 배신, 체제와 예술, 자유와 억압이 교차하는 인간의 갈등과 선택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김정애 작가의 ‘나비’는 고난의 행군 시기, 극심한 기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비와 곤충을 먹으며 연명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명학 작가의 ‘여행자 집결소’는 길주군의 악명 높은 집결소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강제노동,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리얼하게 묘사한다. 송시연 작가의 ‘사람이 운다’는 북한의 정치적 숙청과 연좌제로 인해 한 가정이 겪는 비극을 조명하며, 이지명 작가의 ‘배신’은 세 남녀의 얽힌 인연을 통해 사랑과 배신, 기다림과 현실, 그리고 인간관계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김유경 작가의 ‘마지막 쇼’는 예술을 향한 갈망을 끝까지 놓지 않은 성악가가 마지막 공연에서 최후를 맞이하기까지의 비극적인 운명을 조망한다.
설송아 작가의 ‘내 사랑은 강남스타일’에서는 학생들에게 한국 춤을 가르치다 체포당한 한 여인이 자신을 심문하는 공안조사관이 된 과거 연인과 재회하여 겪은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젊은 세대가 겪는 문화적 갈망과 체제의 억압, 그리고 사랑과 자유를 향한 용기 있는 선택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위영금 시인의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에는 분단으로 인해 생이별을 겪은 이들의 슬픔과 재회에 대한 간절한 바람과 같은 길고도 복잡한 마음이, 간명하게 압축된 시어들을 통해 제시되는 독특한 미학이 드러난다.
예옥 관계자는 “탈북작가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보다 입체적인 ‘탈북민’이라는 존재를 만날 수 있다. 또한, 탈북작가들의 언어적 자원을 통해 변화하는 북한 사회의 현재적 상황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며 “그들의 서사는 보편적인 인간의 삶과 가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