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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누굴 살아온 걸까?… 중년의 위기 넘어 진정한 자기찾기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3-06 20:10 게재일 2025-03-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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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융 심리학’<br/><br/>제임스 홀리스 지음<br/>21세기북스 펴냄·인문

인간 심리를 의식과 무의식의 상호작용 속에서 해석한 카를 구스타프 융은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중년의 위기는 겉으로는 안정된 삶을 사는 듯하지만 내면은 불안하고 공허한 시기를 의미한다. 이러한 중년의 위기를 ‘진정한 자기를 찾으라는 초대장’으로 해석하며 의미 있고 충만한 삶을 찾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 바로 세계 최고의 융 권위자로 불리는 제임스 홀리스 미국 세이브룩대학교 교수의 ‘마흔에 읽는 융 심리학’(21세기북스)이다.

저자는 마흔 즈음에 찾아오는 위기를 ‘진정한 내가 되라는 내면의 신호’로 해석하며, 이를 무시하지 말 것을 제안한다. 그의 안내를 따르면 타인의 기대나 사회문화적 압박, 트라우마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마흔 이후의 삶은 둘로 나뉜다. 지금껏 살던 대로 살면서 우울한 잠에 취해 있거나, 불안하더라도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한번 성장을 선택하거나. 내면의 초대에 응답하면 치유의 길을 통과해 더 큰 본연의 나를 만날 수 있다.

인생의 전반부는 외적 성취를 좇으며 자아의 만족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에 내면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하지만 자아 아래에는 무의식을 포함한 더 큰 전체로서의 ‘자기(Self)’가 있으며, 이 자기는 마흔 즈음부터 ‘이게 정말 내가 원한 삶이었나?’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의문은 혼란, 우울, 무기력, 실망 등으로 찾아오지만, 이는 재난이 아니라 더 큰 ‘자기’가 보내는 초대장이다. 이 초대는 의식과 무의식, 빛과 그림자를 모두 포용하는 전일성(wholeness)을 향한 첫걸음이다.

융은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내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나에게 일어난 일, 축적된 낡은 역사는 자기를 만나는 길을 막아선다. 이제 진정한 성장을 이루고 온전한 나를 만나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해야 할 때다. 인생 후반기에는 용기 있는 선택으로 자기 인생의 각본을 스스로 써야 한다. 완벽해지려고 애쓰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자유의 시작이다.

내면에서는 매일 전진과 퇴행이라는 쌍둥이가 대화를 나눈다. 자아는 안전한 자리에 머물라 하지만, 영혼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라며 재촉한다.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이 갈림길에서 “이 선택이 나를 확장시킬 것인가, 아니면 축소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제안한다. 진정한 성장의 시작은 두려움을 내려놓고 내면에 귀 기울이며 조금 더 큰 신발을 신어보기로 마음먹는 순간 비롯된다. 이 여정을 이어가며 더 풍부한 경험과 더 넓은 시야, 더 깊은 의미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자 의미로 가득한 충만한 삶의 비밀인 것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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