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지난 주말에는 대구·경북을 비롯해 서울, 부산, 울산, 대전, 세종, 춘천 등 전국에서 대규모 찬·반 집회가 열렸다. 일부 헌재 재판관의 퇴임일이 임박한 만큼, 이번 주중 선고일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보수·진보 양진영이 총결집한 것이다. 나라 전체가 내란 상태로 치닫는 살벌한 분위기다.
지난 15일 구미역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기각을 요구하는 대규모 국가비상기도회(세이브코리아 주최)가 열렸다. 국민의힘 나경원·윤상현·이만희·장동혁·강명구·구자근 의원과 전한길 한국사 강사 등이 참석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연단에 올라 애국가를 불렀다. 같은 날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는 ‘윤석열퇴진 대구시민 시국대회’도 열렸다.
민주당을 비롯한 5개 야당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비상시국 범국민대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조기 파면을 요구했다. 야당 지도부가 총집결했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걷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을 나흘째 이어간 뒤 집회에 합류했다. 일요일인 16일도 양 진영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정치권은 선고 막판까지 헌재 앞에서 릴레이 시위 등을 벌이며 여론전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탄핵선고가 임박하자 각종 음모론까지 불거지면서 양진영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탄핵 찬·반을 놓고 두쪽으로 갈라진 집회가 3개월째 이어지면서 이제 갈등수위가 최고조에 이른 분위기다. 오죽하면 경찰이 폭동대비책까지 세우겠나.
과열된 군중심리를 가라앉히려면 정치권부터 냉정해져야 한다. 탄핵 선고 이후의 국론분열을 조금이나마 걱정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국민통합 분위기를 조성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이다. 탄핵당사자인 윤 대통령과 국회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아직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공식적인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국론분열에 가장 책임이 큰 두 사람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은 국민에게 헌재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승복하겠다는 약속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