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국 작가 서울 ‘STO 한국현대미술’展서 주목<br/>현대 미술의 경계를 확장하는 독창적 접근 ‘눈길’
경북 문경에서 활동하고 있는 엄재국<사진> 작가가 지난 1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STO(Security Token Offering) 한국현대미술’ 전시회에서 현대 미술의 경계를 확장하는 독창적인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예술 개념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예술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며, 현대 미술의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엄 작가는 캔버스를 단순한 회화적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캔버스를 칼로 오려 긴 띠를 만든 뒤 둥근 공으로 조형화하는 독특한 방법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을 넘어, 기존의 평면성을 해체하고 새로운 조형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이다.
캔버스 50여 점을 해체해 제작한 공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훼손을 통해 새로운 자기 자신으로 창조해낸 예술품이다. 일반적으로 작품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공을 직접 차며 감상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은 작가의 세계가 한 경지를 넘어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작품이 반드시 보존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혹은 작품이 관객과 더욱 직접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것으로, 그의 작품은 현대 미술이 지닌 이런 철학적 질문을 함축하고 있으며, 예술과 관객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시도로 신선함을 주고 있다.
그는 이러한 실험적 태도와 과감한 시도로 지난 2월 ‘STO 현대미술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전국 국공립 및 사립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작가들만 추천받아 국내외 미술관을 순회하는 프로젝트다. 지난달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 거제, 속초, 광주, 천안, 나주, 여수, 인제, 정읍, 전주, 창원 등지에서 이어진다.
60대 중반의 만학도인 엄 작가는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에 재학 중이다. 그는 2001년 ‘현대시학’으로 문단에 등단했으며, 2006년에는 시집 ‘정비공장 장미꽃’을 발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며 명성을 쌓았다. 또한, 2016년에는 ‘나비의 방’을 발간해 문단에서도 주목받았다.
시와 함께 공부해온 미술 분야에서 그는 2021년 첫 번째 아트쇼(Art Show)를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했고, 2022년에는 두 번째 아트쇼를 문경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했다. 2023년에는 세 번째 전시회를 서울 금보성아트센터의 초대로 열었으며, 2024년에는 네 번째 전시회를 금보성아트센터에서 ‘한국현대미술 발언작가’로 선정돼 초대전을 가졌다. 그리고 다섯 번째 전시회는 경남 거제 해금강 테마박물관 유경미술관의 초대전으로 열어 독특한 예술 세계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엄재국 작가는 “시를 쓰다가 조각과 회화, 설치미술, 개념미술, 도예 등 미술 전반을 하고 있다”며 “시와 미술은 서로 깊이 연관돼 있으며, 상호 보완적이고 상승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미술의 원천은 시라고 생각한다. 시와 미술을 하면서 언어와 색채의 동질성과 변별성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