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문화와 사상은 혁신의 중요한 토양이 된다. 혁신은 사람의 생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불교가 뿌리 깊이 내린 나라로 국민의 삶과 정신세계,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의 88%가 테라와다(상좌부) 불교를 믿으며, 태국, 라오스, 스리랑카 등과 함께 남방불교의 기반을 두고 있다. 수도 양곤에 지상 60m의 황금탑으로 유명한 쉐다곤 파고다는 시민들의 휴식처이고, 이승의 고단함은 잠시일 뿐 영생의 행복을 기원한다. 이런 사회문화에 변화와 도전을 요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P사 미얀마법인을 컨설팅 갔을 때 거리의 모습은 우리의 70년대 수준 정도였다. 트럭에 매달려 출근하는 광경과 동자승들이 줄지어 상가를 들러 보시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다나(dana)’ 사상으로 대표되는 보시와 자선의 미덕이 강조되고 불교 사원과 승려를 지원하는 문화가 강했다. 불교의 업(業) 사상과 무상(無常) 사상은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명상 수행이 일반적이고 자기 성찰과 내면 수양이 중시되는 감성적 문화로 보였다.
새마을 운동이 도입되어 밀림의 밀짚으로 지은 초가를 일반 도금판으로 바꾸는 작업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미얀마 법인의 제품은 대형 트럭이 줄을 잇고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작업 환경은 열악하고 위험이 상존해 ‘안전하고 깨끗한 작업장 만들기’라는 기치를 걸고 시작했다. 개선 마인드 셋을 위한 교육 때 일 방향 보다 다양한 질문을 통해 공감대 형성에 집중했다. 변화에 지극히 소극적이든 사람들이 ‘나와 동료를 위한 개선 활동’이라는 인식이 들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 직원들을 5~8명씩 활동팀을 조직하고 자신의 작업장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개선하는 활동들을 사진으로 공유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활발히 움직여 공장 전체 Clean 작업장을 이룰 수 있었다. 월급을 받으면 한 달 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법인장이 ‘지금 이 시대에 한국에 태어나 살고 있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라’라는 말에 조금은 의아해 생각했다. 자동차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미얀마 경제 구조에 인근 국가의 중고차를 사들여 이동 수단으로 삼는 현실이었다. 수도 양곤에서 22년된 차를 타고 비포장 도로 1시간 40여 분 달리니 시골 마을이 나왔다. 외국인에 호의적이었으나 사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수질과 거주 환경 등이 열악했고 평균 수명이 세계에서 짧은 나라에 속한다고 했다. 사회 의료시스템이나 먹는 물과 생활 환경, 경제적 한계 등이 수명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양곤 수도 시내 큰 호수 두 곳이 있고, 호수 언덕에서 저녁을 맞이하는 분위기는 색다르게 느꼈다. 하늘은 별이 초롱초롱 하고 고요한 호수 분위기는 우리 시골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것이었다. 사람과 조직을 변화하는 일도 잊은 채 미얀마의 시골 정취에 취했다.
기업 혁신은 종교, 사상 등 구성원의 생각을 지배하는 요인이 토양이 되고 토양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혁신은 성공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