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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외치는 그대에게

공봉학 변호사
등록일 2025-04-21 20:30 게재일 2025-04-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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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봉학 변호사

우리는 군중 속에 섞여 체제와 관념에 순응함으로써, 마치 삶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외친다. “나는 자유다!”라고. 그러나 이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무한한 공허 속에서 울리는 메아리 없는 소리일 뿐이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1941)에서 “자유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조건이지만, 동시에 가장 무거운 짐이기도 하다”고 자유의 본질을 꿰뜷어 보았다.  자유는 때로는 수갑이요 족쇄이다. 이들이 우리를 묶어두고 있을 때, 우리는 자유를 견디지 못하고 도피하려 한다.

 

우리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에 대해 가끔씩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어떤 구속에서 해방되었을 때, 불안이 사라졌을 때는 오히려 의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순간들은 자유라는 탈을 쓴 욕망일 수 있으며, 더 큰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나는 이제 자유야!”라고 외치는 순간, 그 자유는 사라질 수 있다. 우리의 낮과 밤을 휘감고 있는 가장 견고한 사슬이 바로 이것이다.

현자는 말한다. 낮에는 걱정거리가 있고, 밤에는 슬퍼할 일이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실제로 우리의 내면에서는 모든 것이 반쯤 뒤엉킨 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 소중히 여기는 것과 싫어하는 것, 추구하고 싶은 것과 벗어나고 싶은 것들이 한 쌍의 그림자처럼 서로 얽혀 우리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자유란, 단순히 추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매 순간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사라지는 존재다. 이는 움켜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으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 있는가에 관한 문제다. 

진정한 자유는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삶의 태도 그 자체다. 이는 감옥 안에서도 빛나고, 가난 속에서도 살아 숨 쉰다. 또한, 자유는 두 눈을 감고 침묵할 때 드러나는 내면의 움직임이며, 우리를 둘러싼 낮과 밤의 걱정조차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다. 자유는 권력, 돈, 소유, 평판으로 측정될 수 없으며, 오직 삶의 주인공으로서 살아가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소중한 선물이다. 

나에게 자유를 마음껏 선물하자.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이제 그만두자. 자유를 책임짐으로써 우리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군중 속에서, SNS에서, 마치 노예가 폭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칭송하듯 자신의 자유를 외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돌아보자. 우리는 자신을 괴롭히는 폭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칭송하는 노예처럼 자신의 자유를 외치고 있지 않은가? 자유를 감당하기 어려워 권위나 무리, 체계화된 이념이나 신념 속으로 도망치고 있지는 않은가? 오히려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고 있지 않은지 자문해보자.

 

다시 한번 돌아보자. 자유에는 불완전함과 고통이라는 달갑지 않은 필연의 동반자가 항상 함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에 자유인은 고독할 수 밖에 없다. 타인의 삶을 사는 유령들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사는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 자유를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자유인이 되어야 하며, 다시는 자유로부터 도피하지 않는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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