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청자 어룡모양 주자’ 등 국보 3건과 보물 7건 등 97건 출품
고려가 이룩한 청자문화의 정점인 상형청자(象形靑磁)’를 조명하는 전시가 경주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를 오는 8월 24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는 상형청자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이를 통해 고려인들이 바라본 세상과 그들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낸 상형청자의 매력을 소개한다.
고려청자는 고려인의 뛰어난 기술과 독창적인 미감이 결합된 결과물로, 특히 동식물이나 인물 등 특정 형태를 본떠 만든 상형청자는 이러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이는 고려시대 도자 공예의 예술성을 대표하며, 아름다운 비색 유약과 탁월한 조형성, 그리고 높은 기술적 성취로 인해 한국문화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청자 어룡모양 주자’ 등 국보 3건, ‘청자 귀룡모양 주자’ 등 보물 7건을 포함해 국내 주요 고려 상형청자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 모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호림박물관, 국립해양유산연구소 등 국내 주요 8개 기관의 소장품 총 97건이 출품된다. 모두 경주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고려 상형청자의 전모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는 고려 상형청자가 등장하기 이전 통일신라시대 경주에서도 흙으로 특정한 형상을 빚는 ‘상형’의 오랜 전통이 있었음을 살펴본다.
특히 고려 상형청자에서 보이는 ‘사자’, ‘오리’의 형상은 통일신라시대 유적인 경주 월지와 구황동 원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2부 ‘제작에서 향유까지’에서는 상형청자가 등장한 문화적 배경과 그 제작, 유통, 소비 양상을 살펴본다. 고려의 수도 개경(현 개성)은 국제도시로서 새로운 문화와 다양한 문물을 접할 수 있는 중심지였다.
고려 왕실과 상류층은 보다 우수하고 독특한 도자기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도의 기술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상형청자가 제작됐다. 상형청자의 제작, 유통, 소비 양상은 발굴품을 중심으로 추적한다. 발굴품은 완형으로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문헌 기록이 많지 않은 상형청자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다. 강진 사당리와 부안 유천리 가마터 발굴품과 태안 대섬, 진도 명량해협 출수품 등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료들이 소개된다.
제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에서는 상형청자의 다양한 형태와 아름다움을 살펴본다. 고려인들은 평소 좋아했던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을 상형청자에 담았다. 동물로는 오리, 물고기, 원숭이 등을, 식물로는 복숭아, 석류, 연꽃, 죽순, 참외, 조롱박 등을 즐겨 표현했다. 이러한 형상은 향로, 연적, 묵호 등의 기물에 자주 담겨 실용적이면서도 곁에 두고 감상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상형청자에 등장하는 상상 속 동물인 용, 어룡, 귀룡, 기린, 사자는 예로부터 상서롭고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 이들은 왕실이나 귀족의 권위와 지위를 상징하며, 왕실 의례나 상류층의 지위를 돋보이게 하는 데 사용됐다.
제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에서는 실용과 예술을 넘어선 정신적 세계와 신앙적 바람을 담은 상형청자를 소개한다. 도교와 불교 의식에 사용되던 기물들이 청자로 제작됐으며, 전통적으로 다른 재료로 만들던 불상 역시 청자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이전의 상형청자들과는 다른 차원의 시각적 경험과 의미를 제공해 주목할 만하다.
전시실을 나가기 전, 감각적 교육 체험 공간인 ‘손끝으로 느끼는 흙의 이야기’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상상 속 동물 모양의 서수(瑞獸) 토기를 포함한 다양한 상형청자 3점을 직접 만져보며 그 독특한 형태와 질감을 체험할 수 있다. 6월 30일부터는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위해 청자 조각으로 입체 퍼즐을 복원하는 자율 체험이 추가된다. 이 체험은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재미있게 전달한다.
또한, ‘그림 콕! 설명 톡!’에서는 디지털 감상 가이드를 통해 어린이 관람객에게 상형청자의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를 쉽게 전달한다. ‘속닥속닥, 전시실 뒤 이야기’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 연계 프로그램으로, 전시 기획자들이 들려주는 박물관 내 직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여름휴가 기간에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소장품으로 상형청자를 그려보는 특별 이벤트 ‘문화유산의 대변신!’을 진행한다.
국립경주박물관만의 차별화된 상형 청자 전시 관람 방법을 제시하고 더욱 풍성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별전 개최를 기념해 관람객 참여 이벤트가 열린다. SNS 퀴즈, 기대평 댓글 이벤트, 관람 후기 등 온라인 이벤트와 함께, 전시 기간 중 현장 이벤트도 다양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경주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전시이므로, 신라 수도 경주에서 고려청자의 비색과 형상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감상하며 즐기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