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명한 대조였다. 밭두렁이나 길, 개울이나 둔덕, 골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토록 판이한 양상이 나타나다니, 참으로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하게 희비가 엇갈리는 현실이 비탄스럽게만 여겨졌다. 대지는 파릇파릇 생기를 더해가며 무채색의 황량함을 초록으로 채워가는데, 지척의 산야에서는 불에 탄 흔적이 검버섯처럼 칙칙하고 시커멓게 멍들어가며 신음하는 듯하니 3월에서 4월, 불과 한 달새 이다지도 잔인할 수가 있단 말인가.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순식간에 들이닥친 초대형 산불로 경북 북동부지역이 초토화되면서 사상 최악의 피해가 속출했다. 일상을 삼켜버린 화마에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하루 아침에 잃고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들이 3000명을 넘는다 하니, 막막하고 암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실의에 찬 이재민들을 위한 온정의 마음과 피해복구의 손길들이 각계각층에서 더해지고 있어서 그나마 안도스럽지만, 피해지역이 워낙 광범위하고 상흔이 깊어서 일상회복과 정상복구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작은 관심이 큰 희망이 되듯, 어려움을 당하면 서로 돕고 위로하는(患難相恤) 상부상조의 양속이 예나 지금이나 주변을 밝고 따스하게 비추며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산불피해성금을 전달하는 어린이나 기업체 등의 기부, 자원봉사자들의 한결 같은 복구활동 참여, 지자체 공무원들의 발 빠르고 체계적인 복구계획 시행·지원 등으로 피해복구에 다소 속도를 내고 이재민들의 임시거처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거기에 휴일까지 반납하고 복구작업에 적은 일손이나마 보태며 피해 당사자들을 위로해주는 미담이 전해져서 훈훈하게만 여겨진다.
휴일 아침 일찍 영덕군 지품면 수암리의 한 과수원엘 가서 불에 탄 사과나무와 복숭아나무, 감나무 등을 베어내고, 소실물 잔해 정리작업에 팔을 걷은 이들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진ㆍ붓글씨봉사단원들이다. 주로 사진촬영과 붓글씨 나눔활동을 실시해온 재능봉사단원들이 이날만큼은 카메라와 붓 대신 톱과 낫을 들고 산불피해가 심각한 과수농가에서 복구작업을 펼친 것이다. 봉사단원들은 과수원 주인의 안내와 요청에 따라 불에 탄 사과나무 등의 피해목 30여 그루를 전동톱으로 베어내고 잔가지를 정리, 포터차량에 실어 폐목 임시보관장소로 운반하는 등의 작업을 실시했다. 또한 농가 2채와 농막, 저온창고, 차량 2대가 전소된 건조물 바닥의 소실물을 정리하고, 일부 불에 타고 찢어져 썰렁하게 일렁이는 그물망을 제거하는 작업도 단계적으로 실시했다. 과수 정리작업을 마치고는 한 봉사단원이 사비로 마련한 양말, 수건 등의 생필품을 과수원 주인에게 전달하면서 산불피해의 아픔을 달래 드리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복구작업은, 포스코 1%나눔재단에서 최근 산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의 조속한 피해복구를 위해 ‘Change My Town’ 지원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자발적인 봉사활동이다. 기부자인 임직원이 지역사회의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봉사활동까지 직접 실행하는 참여형 ‘체인지 마이 타운’ 나눔 사업은 2019년부터 시행돼 수혜처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포스코의 상생협력 나눔활동이 희망과 베풂의 씨앗이 되길 기대해본다.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