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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오월

노병철 수필가
등록일 2025-05-08 18:25 게재일 2025-05-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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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철 수필가

오월은 행사가 많은 달이다. 한글날이나 개천절같이 그냥 행사가 많은 달이 아니라 어른과 애들을 챙겨야 하는 가정의 달이고 스승까지 챙겨야 하는 게 오월이다. 집사람 말로는 별로 기념할 만한 날이 아니라는 결혼기념일까지 끼어있고 가족 생일까지 있으면 상당히 심각한 한 달이 되어버린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들 어린이날 선물 일일이 챙기다가 한 달 내내 굶을 판이라는 오월이 왔다. 노년층만 이럴까?

요즘 나라 경제가 엉망이라고 난리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사는 부류는 공직자 같은 월급쟁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월급이라고 해야 몇 푼 되지 않아 한 달 살기가 바듯한 형편인데 이렇게 행사가 집중되어 버리면 답답해지게 된다. 건강한 경제구조라면 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은 30~40대이다. 이 세대가 돈을 쓰는 나라가 잘사는 나라이다. 그런데 이 세대가 돈이 쪼들리면 나라 경제가 엉망이라는 이야기다.

30~40대는 결혼을 했다면 대부분 빚이 많다. 혹 부모의 지원이 있다고 해도 재벌이 아닌 한 빚은 대부분 가지고 출발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금융권 전세자금 대출의 70%를 30~40대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애들 보육비도 장난이 아니다. 좀 더 큰애 교육비도 더 장난이 아니다. 여기에 할아버지 할머니 간병비도 있다. 명이 길어져서 거의 살아 있을 확률이 높다. 운 나쁘면 부모들도 여기에 합세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은 평균 10년 6개월간 병치레를 한다는 통계를 본다. 젊은 세대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러니 30~40대 가계의 ‘엥겔계수’는 20% 이상이고 애들 밑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30%란다.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 이자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상황이 이러할진 데 오월은 그들에게 잔인한 달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요즘 어린이 데리고 놀러 갈 장소를 물색해 보면 어린이 놀이터가 동네마다 있는 철봉에 미끄럼틀 정도의 그런 수준이 아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돈도 엄청 비싸다. 우리 때처럼 애들 데리고 촌에 내려가 천렵하거나 텐트 치고 해수욕하는 그런 상상을 한다면 정말 대단히 헛다리 짚는 것이다.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 정도는 가줘야 부모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선물값 또한 만만찮다.

애들 낳으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귓등으로도 안 듣는 이유가 뭔지 몰라서 그러는지 위정자들은 연일 정권 욕심에 연일 바쁘다. 악마는 항상 디테일에 숨어있다. 젊은 층이 필요한 것을 제대로 파악해서 그들의 부담을 덜어주면 된다. 젊은 세대에게 대폭 집값을 내려줘서 금융 부담을 최소화하고 유치원도 늘리고 보육원도 늘려야 한다. 어른들 치매센터 늘리고 요양병원비 줄여주어 이런 잡다한 짐을 덜어줘야 한다.

취업 안 되고 일자리 없는 것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만 인간적 삶을 위한 복지 영역은 개인 문제가 더는 아니다. 비싼 장난감 선물비를 깎아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그네들의 능력 문제이다. 더 비싼 놀이터에 애들을 데리고 가고 비싼 음식 먹고 좋은 선물 부모에게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외적인 문제는 정부가 좀 책임져주면 어떨까 싶다. 뭐든지 다 들어주는 포퓰리즘 때문에 나라 망한다는 논리에 아연실색하겠다. 언제까지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 한다는 논리로 정책을 세울 것인가. 답답한 오월이다.

/노병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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