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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마일’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록일 2025-05-08 18:26 게재일 2025-05-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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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 위의 사과 한 알, 상추 한 줌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푸드마일(Food Mile)’은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이동 거리’를 말한다. 이 거리가 멀수록 식품을 운송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와 자원이 많아지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다시 말해, ‘푸드마일’이 짧을수록 환경 부담은 줄고, 우리의 건강한 식탁도 더 가까워진다.

전 세계적으로 식생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크며, 이는 단순히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과 직결된 과제이다. 특히 대구경북처럼 도시와 농촌이 인접한 지역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탄소배출 저감형 유통체계’의 구축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재배한 식재료를 소비하는 것은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과제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일이 된다.

‘푸드마일’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들은 우리 지역에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건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이다. 예를 들어 경북도는 대구 시민을 위해 도심 곳곳에서 ‘바로마켓’을 운영하며 산지 농산물을 소비자와 직접 연결하고 있다. 명절이나 김장철에는 대규모 직거래 행사도 열리며, 생산자는 안정적 수익을 얻고 소비자는 신선한 먹거리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학교 급식에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 로컬푸드 급식 확대 정책도 탄소중립과 지역농업 활성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경북은 이미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학생들에게 건강한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으며, 군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대구의 학교에 시범 공급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러한 ‘도농 상생’ 급식 모델은 지역 먹거리 자립도를 높이고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심어준다.

이 외에도 옥상 텃밭, 주말농장, 아파트 상자텃밭 등을 활용한 도시농업 활성화 사업, 로컬푸드 꾸러미 사업, 공공복지시설에 지역 농산물 공급, 사회적경제 기반의 직배송 플랫폼 구축 등 대구경북은 다양한 먹거리 순환 정책을 통해 ‘푸드마일’ 감축의 실질적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푸드마일’을 줄이는 일은 거창한 설비나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까운 곳에서 자란 식재료를 선택하고, 지역 농민이 키운 먹거리를 믿고 소비하며, 아이들의 급식에 로컬푸드를 더해주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일상적인 실천이자, 대구경북의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앞으로 ‘경북의 생산’과 ‘대구의 소비’를 하나의 선순환 체계로 연결하는 광역 푸드플랜 정책을 수립하고, 로컬푸드 유통 인프라를 확대하며, 도시농업과 공공급식의 지역자립도를 높인다면, 우리 지역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 리더십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푸드마일’ 줄이는 그 첫걸음이, 결국 우리 삶의 질과 지구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힘 있는 변화가 될 것이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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