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새 金 → 韓 교체 강행 전 당원 투표 실시 결과 ‘무효’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였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 대선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려던 작업은 약 하루만인 지난 10일 밤 전면 중단됐다. 국민의힘 '당심‘이 지도부의 단일화 강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지난 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 후보가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한 후보와 김 후보는 단일화 협상을 벌여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지부진한 협상 끝에 국민의힘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자정부터 대선 후보를 김 후보 대신 한 후보로 바꾸는 절차를 추진했다.
이날 새벽 한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후보로 등록했고,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간에 걸쳐 한 후보로의 교체에 대한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시행했다. 당 지도부는 투표 결과에 따라 후보를 바꿀 계획이었다. 무난하게 가결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던 셈이다.
하지만 정작 밤 11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어 확인한 투표 결과는 ‘부결’이었다. 한 후보로의 교체를 원하지 않는 당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으나 “근소한 차이로 후보 재선출 관련 설문이 부결됐다”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즉각 당 대선 후보 지위를 회복했고 후보 교체를 확정하기 위해 이날 오전 8시로 소집 공고했던 전국위원회 역시 취소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밤부터 전날 새벽까지 밤새도록 비대위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김 후보 선출 무효화, 새 후보자 선출 의결, 한 후보 입당, 한 후보를 재선출하는 내용 등의 안건을 쉴 새 없이 처리했으나 결국 김 후보로 대선을 치르게 됐다.
투표에서 당원들이 후보 교체 부결에 표를 던진 것은 당 지도부의 후보 단일화 시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전당대회를 거쳐 투표로 공정하게 경선에서 승리한 김 후보의 자격 박탈을 논의·의결한 것에 대한 반발과 항의의 의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후보 교체에 반발하던 김 후보 측의 잇따른 가처분 신청으로 대선 정국에서 당내 문제가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는 데 대한 우려도 당원들의 표심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후보 교체를 중단한 후 즉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권 위원장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건 너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제 부족함 때문”이라며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기 위한 충정으로 당원 뜻에 따라 내린 결단인데 결과적으로 당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절차와 과정의 혼란으로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