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안동 물·쌀 먹고 자라” 김문수 “국가 위기 구하는 TK” 이준석 “흘러간 강물은 사퇴를”
6·3 대통령 선거를 21일 앞둔 13일 대구·경북(TK)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공식선거운동 2일차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나란히 TK를 방문해 보수 표심 구애에 나선 것이다. TK를 방문한 후보들은 저마다 이번 방문에 다른 의미를 두고 있다. 민주당은 김문수 후보 교체 등으로 인해 국민의힘에 실망한 TK보수층이 이 후보를 지지, TK에서 득표율 30%를 처음 넘길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반(反) 이재명 정서’가 강해 TK는 결국 국민의힘으로 결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을 대체할 보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며 TK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진보 진영의 텃밭인 호남 대신 민주당의 험지인 구미·대구·포항을 차례로 방문했다. 지난 3월부터 이 후보가 TK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다. TK를 방문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민의힘 후보 교체 시도 등으로 요동치는 TK표심을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후보의 고향이 안동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물론 민주당 핵심 관계자들은 ‘민주당 최초 TK출신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TK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구미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안동 물을 먹고, 풀과 쌀을 먹고 자랐는데 왜 저는 이렇게 이 동네에서 20%의 지지도 못 받을까”라며 “‘우리가 남이가’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다. 왜 이재명에 대해서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소리를 안 해주냐”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 나라 산업화를 이끌어낸 공이 있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경북매일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박태준 전 회장 묘소 방문 등으로 TK에서 이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TK민심이 바뀌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TK에서 30%의 득표율을 자신하기도 했다.
영천 출신으로 대구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낸 김문수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 대구에서 1박 2일을 머물며 보수 결집에 나섰다.
선거운동 첫날 대구 서문시장에서 유세를 벌인 김 후보는 이날 대구 국립신암선열공원을 방문해 독립운동가 묘역을 참배했다. 이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나라가 어려울 때 TK시도민들이 반드시 위기에서 구한다”며 “불굴의 정신, 구국의 정신, 나라 사랑의 정신은 TK시도민 여러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의 위기를 구할 사람이 누군지 잘 아실 것”이라며 “국민의힘 김문수라고 TK시도민들도 잘 알고 계실 줄로 믿고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TK의원들은 투표일이 다가오면 TK가 결국 결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민의힘 TK지역 한 의원은 “단일화 내홍 등으로 국민의힘에 실망한 것은 맞지만 TK는 보수의 성지인 만큼 결국 ‘미워도 국민의힘’이란 마음으로 지지할 것”이라며 TK민심을 한마디로 ‘분노 후 지지’라고 표현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이날 대구에서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경북대를 찾았다. 이어 대구시 의사회관에서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촉발한 의료 현안을 청취하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했고, 칠성시장 상인회도 만났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두고 잡음이 일면서 이반하고 있는 TK 표심을 가져와 국민의힘 대안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이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흘러가버린 강물이 새로운 물이 될 수 없다”, “김 후보는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