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랑수아 부샤르 사진전 24일∼7월 17일 다큐 시리즈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서 전통과 단절·소외된 집단 조명 전시 첫날 작가와 만남도 진행
캐나다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장 프랑수아 부샤르는 전 세계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추적하며, 다큐멘터리와 연출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그의 작품이 대구 남구 이천동에 위치한 사진 전문 전시공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오는 24일부터 7월 17일까지 ‘해외 작가 초대전 - 장 프랑수아 부샤르 사진전’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쿠바의 변화하는 사회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더 뉴 쿠바인(The New Cubans)’을 선보인다. 이 시리즈는 전통과 단절하거나 혹은 이를 재해석하며 독특한 삶을 살아가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 청년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쿠바와 그 중심지인 아바나는 멈춰버린 근대화의 여정 속에서 모순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아바나의 정체성은 식민 지배, 미국의 영향, 소비에트식 사회주의, 그리고 지난 30년간의 고난이 얽힌 건축과 도시 풍경에서 형성됐다. 이 도시는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정서와 기억이 풍경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장 프랑수아 부샤르의 사진은 이러한 아바나의 본질을 잘 포착한다. 그는 쿠바 사회에서 소외되고 낙인찍힌 이들에게 주목하며, 과거의 사회주의적 이념과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새로운 쿠바인(The New Cubans)’을 만났다. 이들은 래퍼, 예술가, 혹은 평범한 청년들로 구성돼 있으며, 단일 국가 정체성의 신화를 넘어선 복합적이고 관용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가보처럼 물려받은 화려한 장식들로 가득한 집 안, 사회주의 체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물건들이 뒤섞인 공간 속에서 ‘괴짜’ 혹은 ‘이국적’이라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뚜렷이 드러낸다.
그가 포착한 ‘뉴 쿠바인’은 쿠바 혁명의 거대 서사보다는 개인의 욕망과 취향,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살아간다. 특히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청년들이 쿠바를 떠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 프로젝트를 더욱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들었으며, 낙관과 우울, 열정과 상실이 교차하는 이 시리즈를 완성하는 중요한 배경이 됐다.
아름다운 해변, 정열적인 살사, 클래식 자동차와 시가로 대표되는 쿠바의 전형적인 이미지 너머, 경제난과 대탈출 속에서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는 젊은이들의 초상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쿠바의 ‘지금’을 시각화한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지금껏 소비되던 쿠바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재의 쿠바로 떠나는 즐거운 시각적 여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부샤르가 포착한 청년들은 박해를 받지는 않지만, 여전히 ‘별난 사람’이나 ‘기이한 존재’로 평가받기도 한다. 쿠바 사회는 여전히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지만, 조금씩 관용과 개방의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부샤르의 작업은 이처럼 이념적 환멸 이후 새롭게 형성되는 사회적, 문화적 코드의 전환기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부샤르는 인물 사진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쿠바 가정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장식품들에 특별한 관심을 두게 됐다. 이 물건들은 과장된 인테리어의 요소로 존재하면서도 시간 속에 멈춰 선 듯한 인상을 주는 오브제들이다. 그는 이러한 장식품들이 단순한 꾸밈을 넘어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소중한 유산이라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 물건들의 지속적인 존재는 단지 감상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재의 부족으로 인해 새로운 장식품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낡은 물건이라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쿠바에서 버려지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이 오브제들에 실용성과 감성이 동시에 깃들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전시가 시작되는 24일 오후 3시에는 한국에 직접 방문하는 장-프랑수아 부샤르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작품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전시 오프닝 리셉션 및 작가와의 만남이 준비돼 있다.
장 프랑수아 부샤르는 2003년부터 렌즈 기반 시각 예술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비범한 관심사와 삶의 방식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내고, 대중으로부터 거부당하거나 오해받으며 종종 소외되는 집단을 조명하고 그들의 차이를 기리는 그의 작업은 다큐멘터리적이고 주관적이며 영화적인 개념적 스토리텔링의 경계에 머무르며 관람객이 피사체의 삶에 몰입하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자신이 경험한 감정적 여정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는 사진, 비디오 설치, 그리고 때때로 발견된 오브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작업 ‘The New Cubans’는 뉴욕의 파워하우스 북스에서 출판됐으며, 프랑스어판은 에디시옹 앙드레 프레르에서 공동 출판됐다. 부샤르는 현재 뉴욕과 몬트리올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