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기념일이 많은 5월도 하순에 접어 들었다. 근로자의날을 비롯 어린이날ㆍ어버이날ㆍ입양의 날ㆍ스승의 날ㆍ성년의 날ㆍ세계인의 날ㆍ부부의 날 등 대부분 가족이나 가정, 이웃 등 사회구성원들을 배려하고 생각하며 기억, 기념하는 일들이 많아져서 가정의 달로 정해진 것일까?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며, 인류의 존엄과 가치, 인간의 현재적 소망과 행복을 귀중하게 여기는 인본주의(人本主義, humanism)가 바탕이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 마침 오늘이기도 한 ‘부부의 날’은, 가정을 이루고 사회를 만드는 밑바탕이자 디딤돌의 역할을 해온 부부를 위한 날이기에 사뭇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즉 가족의 최소단위가 부부이며, 애정으로 맺어진 부부관계를 통해 가족이 늘어나게 되어 가정과 사회적인 요소의 근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정은 우주의 중심’이라고도 말하며, 가정의 참된 기능과 역할은 건강하고 화목한 부부생활에서 비롯되고 그 기반이 다져지는 것이다.
남편과 아내가 되는 부부(夫婦)는 서로 다른 두 이성이 만나서 합한 관계이다. 이는 곧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이 합하여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두 가문의 결합이기도 하다. 가문의 뿌리가 서로 다르기에 상호존중과 배려로 예절을 지키면서 언제나 화목해야 하는 취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즉 혼인은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사회가 인정하는 결합을 의미하며, 예로부터 ‘두 성씨가 합하게 되는 만복의 근원(二姓之合 萬福之源)’으로, 이는 곧 서로 사랑하고 배우며 협력하여 사회적인 조화를 이루는 큰 일(人倫之大事)로 매우 중요시하게 여겼다.
‘긴 상이 있다/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좁은 문이 나타나면/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걸음을 옮겨야 한다/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서로의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다 온 것 같다고/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걸음의 속도로 맞추어야 한다/한 발/또 한 발’ -함민복 시 ‘부부’ 전문
어쩌면 이상적인 부부의 길이란, 이처럼 서로의 안색(顔色)을 잘 살피며 인생의 속도를 서로에게 맞추며 함께 걸어가는 일이 아닐까 싶다. 부부로 만나 가정을 운영하며 살다 보면 이러저러한 일들로 상이 기울어지거나 모퉁이에 부딪쳐 상 위의 음식들이 떨어질 위기가 있어도, 한 발 한 발 서로를 찬찬히 읽으며 가는 길에는 사랑의 익숙함이 깃들어 세월의 노련함으로 편하게 걸어가게 될 것이다. 배려와 양보로 빠르게 가라고 재촉하지 말고 상대방을 변함없이 존중하며 끝까지 정다운 부부의 애정이 유지되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본다.
갈수록 우리나라의 높아지는 이혼율과 1인가구 비율 증가추세 등으로 인구절벽이 현실화되고 지방소멸마저 위협받는 때, 둘(2)이 하나(1)가 되는 부부의 날에 가정의 의미와 부부의 위상이 새삼 중요하게 여겨진다. 건실한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면서 사랑과 행복의 꽃을 피워가는 새로운 부부가 많아지고 아름다운 삶의 동행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