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영 ‘물성, 감각하는 철’전·‘장두건 소장품전-투계: 끝없는 완성’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이정 ‘Big Spider is Watching You!’전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27일부터 9월 14일까지 세 개의 다채로운 주제로 관람객들을 찾아가는 ‘2025년 중반기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중반기 전시는 스틸아트미술관으로서 포항시립미술관 정체성을 강화하고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위한 기획 전시로 채워졌다.
스틸아트작가조망전 최옥영 ‘물성, 감각하는 철’(1·3·4전시실)은 조선소에서 기능을 다한 철이 작가의 손을 거쳐 감각과 생명, 사유의 매개체로 변모하는 과정을 탐색한다. 철이라는 물질은 단순한 산업 잔재가 아니라 우주적 기원을 품은 생명적 조형 매체로 제시되며, 조각은 더 이상 고정된 형상이 아닌 감각과 시간, 기억이 축적된 살아 있는 구조로 드러난다. 탄생, 응축, 소멸, 환원의 리듬으로 구성된 네 개의 전시 공간은 관람자가 철의 질량과 에너지를 몸으로 감각 하도록 유도한다.
제20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이정의 ‘Big Spider is Watching You!(왕거미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어!)’ 전(2전시실)는 현대인의 삶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안한다.
작가는 포항과 서울을 오가며 경험한 시골 풍경 속 대상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탐구하고, ‘비장소(Non-Place)’의 개념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드러낸다. 특히 아버지의 축사에 설치된 CCTV 화면을 주제로 한 작품은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관계를 교차시키며 현대사회 속 우리의 위치와 시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정은 “무심히 지나치는 풍경이 사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임을 상기시키며, 우리 삶 속에 숨겨진 에너지와 관계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장두건 소장품전-투계: 끝없는 완성’(초헌 장두건관)에서는 장두건 화백이 1990년대에 그린 ‘투계’ 연작을 통해 삶의 생동감과 기쁨이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반적으로 투계는 싸움과 폭력을 연상시키지만, 장두건에게 있어 투계는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이자 삶의 활력을 상징한다.
화백은 닭들이 아침에 닭장을 나와 서로 부딪히는 모습을 ‘기쁨의 몸짓’으로 포착해 예술적 표현을 통해 “삶은 아름답고 생은 즐겁다”라는 철학을 전달한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포항시립미술관은 이번 세 전시를 통해 삶과 존재,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심도 깊은 철학적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관람자들은 예술을 통해 각 작가가 전달하는 다양한 시선을 경험하며, 일상 속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삶과 존재의 깊이를 새롭게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