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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서 한국 독립운동사 발자취를 찾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6-01 18:46 게재일 2025-06-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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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진흥원, 몽골국립도서관서 1912년 간행 ‘연려실기술’ 초판본 발견
야사 문헌 중 최고로 평가받는 저술… ‘만호’ ‘백산일송’ 장서인 확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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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국립도서관 소장 ‘연려실기술’.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이 몽골국립도서관에서 우리나라 독립운동 활동 관련 자료를 다수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해 5월 몽골 울란바토르 몽골국립도서관과의 기록유산에 대한 업무협약 체결 후, 몽골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고서와 관련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1912년 간행된 ‘연려실기술’ 초판본을 발견했다고 지난30일 밝혔다. 특히, 이 책의 앞부분에서 ‘만호(晩湖)’와 ‘백산일송(白山一松)’이라는 장서인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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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국립도서관 한국본을 조사하는 한국국학진흥원 직원들의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연려실기술’은 실학자 이긍익(1736~1806)이 30여 년에 걸쳐 집필한 기사본말체 역사서로, 우리나라 야사 문헌 중 최고로 평가받는 저술이다. 이번에 발견된 장서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부주석을 지낸 독립운동가 우사(尤史) 김규식(金奎植)이 사용한 ‘만호’와 만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동삼(의성김씨 내앞 출신)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백산일송’이다.

 

김규식은 동래 출신으로, 선교사 언더우드에게 입양돼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후 귀국했다. 그는 조국의 참혹한 현실을 목격하고 독립운동을 결심해 1913년 중국 상하이로 망명했으며, 동제사와 박달학원을 설립해 민족 교육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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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국립도서관 소장 ‘연려실기술’ 4책.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1914년에는 이태준, 서월보 등과 함께 울란바토르로 이주해 비밀 군관학교 설립을 추진했고, 생계를 위해 가죽 장사와 영어 교사로 일하며 미국 기업 앤더슨 마이어 몽골 지부장으로도 활동했다. 

1919년에는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세계열강에 독립을 호소했으며,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미위원부 위원장과 임시정부 부주석을 역임했다.

우진웅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은  “김규식이 1912년에 간행된 ‘연려실기술’에 ‘만호’라는 장서인을 찍고 몽골 울란바토르로 가져가 교육 자료로 활용하며 민족 정체성을 되새겼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확인된 장서인은 김규식의 삶과 몽골과의 인연, 그리고 독립운동사의 기억을 되살리는 뜻깊은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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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호’, ‘백산 일송’ 장서인.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몽골국립도서관은 1921년에 설립돼 350만 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새로 개관한 신관 10층에는 약 7000권의 한국 관련 도서가 소장돼 있다. 이 중 많은 자료는 1956년 북한과 몽골 간의 도서 교환 협정 이후 수집된 것으로, 북한에서 간행된 다양한 주제들의 서적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북한에서 번역한 조선시대 고전 희귀본들과 월북 작가 박세영·이기영의 시집 및 소설 등은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소중한 자료들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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