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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의 2030 사랑

경북매일
등록일 2025-06-02 18:29 게재일 2025-06-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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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봉학 변호사

‘자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자식 사랑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온전하게 소유한 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식의 실패이므로, 모든 부모의 자식 사랑은 불완전하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결국은 자식을 망치는 왜곡된 사랑으로 나타나는 것을 수없이 보아 왔지 않은가.

자식은 활의 시위를 떠나가는 화살과 같은 존재이다. 활이 할 일은, 자식이라는 화살이 멀리 똑바로 나아가도록 최대한 자신을 휘어지게 하는 것이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어디로 갈지, 얼마나 갈지, 활은 알 수도, 간섭할 수도 없다. 태어났지만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함께 있지만 부모의 소유가 아니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생명 자체가 재생을 염원하는 그 염원의 아들이자 딸이다. 부모는 자식이 지은 생각이라는 집속으로도 결코 들어갈 수 없다. 충고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

우리들의 소중한 자식들인 2030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한때는 귀엽고 순한 유치원생이었고, 중·고등을 지나 대학입시를 향해 달렸던 아이들이 지금은 취업난, 주거난, 관계의 단절 속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세월동안 2030들은 사이버공간에서 다시 탄생하였고, 그곳이 그들의 현실이 되었다. 5060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들은 5060의 세계로 초대받는 것조차 꺼려한다. 이해하지 못하므로 대화는 단절되었다. 누가 누구를 이해하여야 하는지조차도 애매해졌다. 세대 차이가 아닌, 공유영역조차 없는 세대 단절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의 다른 인류들이 되었다. 밥상머리에서는 침묵이 흐르고, 5060들은 2030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그들의 상당수는 페미와 잰더 갈등 속에서 공정이라는 단어의 개념조차 의심한다, 생명이 염원하는 따뜻한 체온의 교감을 멀리하고, 사이버공간의 차가운 위로를 선호한다. 부모와 자식이 갈라지고, 남녀가 갈라지고, 정치적으로 분열되었다. 활의 시위를 떠난 화살들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얼마나 멀리 가버렸는지 5060들은 알지 못한다. 오호 통재라!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곳에 있는지 모른다. 그들을 어떻게 사랑하여야 하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사라졌고, 단절되었다.

무엇이 되어야 하며, 무엇을 이루어야 하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다그쳤다. 그래서 남은 것이 무엇인가. 누군가 이기면 누가 져야 되며, 누군가 살아남으면 누군가 죽어야 되지 않은가. 이제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서로를 알아야 하고, 이해하여야 하며,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세계를 긍정하고, 사랑하여야만 한다. 무엇이 그들을 여기까지 오게 하였는지에 대하여 깊이 사유하여야 한다. 2030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누군가의 자식이다. 보라, 그들의 인생을. 어떤가. 잘 된 인생. 못 된 인생. 그런 저런 인생. 전부 다르지 않은가. 부모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하여 자식의 실패를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 2030이 공정이라는 단어를 의심하였듯, 5060은 실패라는 단어를 의심하자. 세상엔 성공한 인생. 실패한 인생 따위는 없다. 다만 ‘그런 인생’이 있었을 뿐이다. 자식의 실패조차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사랑의 대화가 시작될 수 있으리라.

/공봉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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