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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미분양’ 골머리… 대구·경북 7000여 가구나

김재욱 기자
등록일 2025-06-04 18:19 게재일 2025-06-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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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전국 6만7793가구
80%가 지방에 쏠려… 대구 1위
지원·할인혜택에도 여의치않아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전경. 준공 이후 비어 있어 사람의 흔적을 볼 수 없다. /김재욱기자

#1. 대구 달서구에 있는 A 아파트 정문에는 4일 차량은커녕 행인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아파트로 들어가는 주차장은 플라스틱 블록으로 막혀 있고 1층 상가는 모두 공실이었다. 관리사무실에 붙은 들어와 있지만, 사람 행적은 보이지 않았다. 전체 가구가 작년 준공 이후 1년 넘게 텅 비어 있다.

#2. 대구 동구에 있는 B 아파트는 준공 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자 분양가의 85%를 5년 뒤 납부하는 잔금 유예 5년 또는 선납 할인 7000만~9300만 원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다. 수성구에서는 C 아파트가 분양가보다 4억 원 싸게 내놓아 법정 소송까지 번졌다.

대구·경북 등 지방을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계속 쌓이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도권은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집값 상승 우려가 많은 상황이지만, 지방에서는 미분양 주택 누적으로 가격이 지속 떨어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할인 분양 등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며 분양 촉진에 나서고 있으나 실상은 여의치 않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말 기준 6만7793가구였다. 신규 공급 축소 영향으로 지난 3월보다 1.6% 감소했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로 3월보다 5.2% 증가했다. 2013년 8월(2만6453가구) 후 11년 8개월 만의 최대다.

전체 악성 미분양의 80%인 2만1897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대구가 3776가구로 가장 많고, 경북(3308가구) 경남(3176가구) 부산(2462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대구는 지난해 연말보다 1100가구가 늘어났으며, 경북은 2237가구에서 1000가구 이상 늘어났다.

특히 대구 지역에선 ‘새 아파트가 완전히 동네 흉물 됐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A씨는 “건물이 완공되고 할인 분양한 지도 한참 됐다”며 “저녁에 산책하다 보면 아파트 전체가 불이 꺼져 있어 무섭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파트 인근 주민 B씨는 “동네 흉물이어서 누구든 빨리 입주했으면 좋겠다”면서 “이런 사태를 예측 못 하고 무작정 허가를 내줘 아파트를 짓게 한 지자체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한숨을 내쉴 뿐이다. 지원 및 할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미분양을 해소하려 노력하지만, 결과가 딱히 좋지 않아서다.

현재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구 전체 분양 단지의 절반인 30여 개 단지가 할인 분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축 당시 든 비용과 할인 분양가가 맞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식의 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지만 호응은 거의 없어 한숨만 쉬고 있다.

또한, 지속되는 경기 침체에 분양마저 부진하자 상당수 업체는 경영난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역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수입은 없는 데 매월 들어가는 경비는 그대로 들어가니 경영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특단의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상당수 업체가 위험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은 “악성 미분양의 경우 건설사가 임대를 놓던지 할인 분양을 통해 해소해 왔지만, 현재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과거 2008년도 할인 분양을 통해 해소한 경험과 테크노, 금호 등 미분양 사태를 전세로 털어 낸 사례(case)는 있지만 현재는 물량이나 소비자 심리가 받쳐주지 못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스트레스 DSR 규제 때문에 기존 주택에 있던 사람이 새로운 곳으로 옮기기도 힘든 실정이라 악성 미분양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6월은 전국에서 아파트 2만6000여 가구에 대한 분양에 나선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적용되지 않는 마지막 분양이어서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4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6월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총 2만6407가구로, 전년 동월 실적(1만8969가구) 대비 약 39%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은 약 2만1550가구로 추정된다. 이 중 대구는 1419가구, 경북 463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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