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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무계획도 필요해”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6-19 18:58 게재일 2025-06-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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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의 자세’
하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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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하완 지음, 인문

‘대충’이란 사전적 의미는 ‘대강을 추리는 정도’로, 완벽하지 않아도 큰 틀에서 얼추 마무리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 삶을 너무 완벽하게 하려 하지 않고, 중요한 것만 대강 챙기며 산다면 얼마나 가벼워질까? 30만 베스트셀러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하완 작가는 완벽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대충’의 의미를 재평가하며 에세이 신작 ‘대충의 자세’(웅진지식하우스)를 출간했다.

 

그는 첫 책 이후 7년 동안 자신에게 꼭 맞는 인생의 자세를 ‘대충’에서 찾았다고 말한다. ‘잘해야 해. 실패하면 안 돼’라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일을 망치게 했고, 저자는 이러한 경직된 자세 때문에 실패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인생이 힘든 이유는 잘못된 자세 때문이 아닐까?’라고 스스로 질문했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 하다’는 생각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던 자신을 움직이게 한 것은 ‘대충이라도 하면 다행’이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저자는 완벽주의와 귀차니즘 사이, 최선을 다하기는 싫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 사이, 인생 곳곳의 실패와 이득 사이에서 얻은 깨달음을 공유한다. 남들과 비교하고 성과를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쉽게 조급해지곤 한다. 노력해도 항상 정당한 결과가 따르지 않기에 저자는 무리하지도, 게으르지도 않은 ‘대충의 자세’를 권장한다. 완벽보다 조금 흐트러진 모습이 진정한 멋이며, 애쓰지 않고 중요한 것만 잘 챙겨도 충분히 괜찮은 인생이라고 말한다.

 

조선의 화가 김홍도와 이탈리아 사람들의 공통점은 틀린 부분을 굳이 고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일부러 틀리게 연출하기도 한다. 김홍도의 작품 ‘씨름’에는 손이 바뀐 인물이 등장하며, 이는 단순한 실수로 보이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는 정장을 잘 차려입고 일부러 야구 모자를 쓰거나 셔츠를 삐딱하게 넣는 패션 기법으로, 완벽함보다 자연스럽고 애쓰지 않는 것이 멋이라고 여긴다.

 

체스터턴은 “무거워지는 것은 쉽고 가벼워지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저자는 인생을 그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무거워지며, 사람은 의식하지 않으면 진지하고 심각해진다고 말한다. 인생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힘을 빼고 가볍게, 경쾌하게 살아야 한다.

 

20대 시절,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 거야’,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야’, ‘절대 빚을 지지 않을 거야’ 등의 절대적인 결심을 했지만, 저자는 대부분 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좋아하는 것과 가치관은 변했고,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도 시들해졌다. 계획도 마찬가지로, 1년 또는 10년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되지 않아 실망만 커졌다. 그래서 저자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인 ’무계획’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인생의 변수 앞에서 좌절하지 말고, 갈대처럼 흔들리며 유연하게 살아가자고 저자는 조언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과는 달리, 변화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요소다. 변화는 유연하고 자연스러우며 갇혀 있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고쳐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내가 원하는 대충 살기는 균형감입니다. 내가 보기에도, 남이 보기에도 적당한 정도를 아는 것. 너무 무리하지도, 너무 게으르지도 않은 절묘한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 때로는 무계획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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