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당무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감사를 통해 ‘권영세 비대위’ 지도부가 지난 대선 경선에서 후보 교체를 시도한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책임자를 가려내 합당한 처분을 하겠다고도 했다. 비대위원장은 당헌·당규에 따라 당무 감사권을 발동할 수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권성동 지도부는 지난달 후보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두고 대선후보를 김문수 후보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후보 교체 안건이 당원에 의해 부결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민심이반 현상이 심화돼 김 후보 지지율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김 후보가 후보 교체 파동에 시달리면서 지지율 상승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분석이 많았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후보 교체 시도를 두고 “주류세력인 친윤계가 대선 승패와 무관하게 당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의심했다. 한 전 총리 출마 배후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 출마 뜻을 접은 것도 이러한 의혹 때문이다.
친윤계는 당무감사에 발끈하고 있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처음부터 ‘부당(不當) 단일화’로 규정한 것은 앞으로 있을 진상 규명 절차의 중립성을 의심케 한다”고 반발했다. 친윤계의 리더로서 이번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발언이다. 사실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아무런 쇄신책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보수 지지층의 실망이 크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어떻게 한 명도 없을 수 있는가.
아직도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은 의원총회 등을 통해 똘똘 뭉치면 당권을 잡을 수 있다는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이 결단한 당무감사를 통해 후보 교체 과정을 명백하게 밝히고, 재창당 수준의 쇄신책을 내놔야 한다.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친윤계 중심으로 운영되면 대구·경북에서조차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