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추경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포항 영일만횡단대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삭감된 예산은 대교 구간 공사비 1260억원, 보상비 561억원이다. 삭감된 예산은 전액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포항 지역의 숙원 사업인 대교 건설사업이 이재명 정부 민생지원금 때문에 좌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포항 출신 국민의힘 김정재·이상휘 의원은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자축하기 위한 ‘국민용돈’을, 십수년을 기다려온 지역 숙원사업 예산으로 돌려막겠다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표면적인 삭감이유는 대교 예산의 ‘불용’ 가능성이다. 불용예산은 당초 예산에 편성돼 있지만, 집행률이 저조해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정부가 판단해, 쓸 필요가 없게 된 돈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기재부가 각 부처별로 연말에 불용이 예상되는 사업 리스트를 작성한다. 추경은 예산안을 변경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지만, 불용액을 이용한 지출 구조조정은 국회 심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
대교 건설사업은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올 상반기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불용’을 핑계로 예산 삭감을 한 것은 누가 봐도 다른 사업예산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안 써도 될 예산을 윤석열 정부가 책정했다는 말과 다름없다. 일각에선 대선 득표율을 감안한 ‘TK 패싱’이란 말도 나온다.
이 사업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대선 당시 포항지역에는 이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공약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주요 교차로 곳곳에 나붙었다. 포항시민들은 “대선공약집에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당선되자마자 예산이 삭감된다고 하니 기만당한 느낌이 든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교 건설 사업비가 느닷없이 불용 처리되긴 했지만, 내년 본예산에는 반드시 다시 반영돼야 한다.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번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사업비 전액이 원상회복될 수 있도록 정부의 약속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