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포항·영덕에 설치 발표 온난화로 고급 어종 어획량 늘자 ‘영하 55~60℃’ 보관 인프라 신설
경북도가 동해안에 기후 변화에 따른 참다랑어 어획량 증가<본지 9일 자 1면, 10일 자 3면 보도>에 대응하고 지역 어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전국 최초로 참다랑어 전용 급랭 냉동 시설을 구축한다.
경북도는 23일 포항과 영덕에 각각 대규모 참다랑어 급속 냉동 시설을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시설은 지상 3층 규모의 포항 수협(1236㎡)과 지상 2층 규모의 영덕 강구수협(2000㎡)에 들어선다. 총 저장량은 각각 500t과 1000t이며 포항은 2026년, 영덕은 2029년 각각 냉동시설이 완공된다.
경북 동해안에서 잡히는 참다랑어는 과거 소형 개체 중심이었지만 최근엔 1~1.5m의 대형 어군이 출현하면서 기존 어업 구조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2020년 경북 동해안 참다랑어 어획량은 5t에 그쳤지만 지난해 168t으로 늘었고 올해는 지난 22일 기준 322t으로 4년 만에 무려 64배 증가했다. 정어리, 고등어, 방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도 급증하고 있으며, 정어리의 경우 2018년 305t에서 지난해엔 2548t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
문제는 고가의 식재료인 참다랑어가 선도 유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참다랑어는 잡힌 직후 영하 55~60도로 급속 냉동해야 신선도와 맛이 유지된다. 현재 경북 동해안의 냉동시설은 대부분 영하 20도 수준의 일반 냉동고로 고급 어종 보관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최근 영덕에서 잡힌 참다랑어 중 193kg짜리는 700만 원에 낙찰된 반면 100kg짜리는 18만 원에 거래돼 1kg당 가격이 1800원에 그쳤다. 같은 참치라도 처리 방식과 보관 상태에 따라 시장 가격이 수십 배까지 차이 나는 셈이다.
경북도는 참다랑어 전용 급랭 시설 외에도 어민 대상의 참다랑어 전처리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참다랑어는 그물에서 꺼내는 순간 폐사해 혈액 제거 및 내장 처리를 즉시 수행하고 열을 식혀야만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어민 대상으로 전문 교육장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하 60도 냉동고를 탑재한 전용 어선 도입도 추진하면서 어획 후 곧바로 항구로 돌아와 고급 어종을 신속히 급랭 처리해 수출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다랑어는 국제기구인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가 매년 국가별로 어획량을 할당하는 ‘쿼터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해양수산부가 지역별 쿼터를 배분한다.
경북도는 올해 초 110t이었던 배정을 참다랑어 폐기 사건 이후 260t으로 확대했고, 이후 해수부 추가 배정으로 현재 441t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향후 경북에서 참다랑어 어획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급속 냉동 시설 설치 등 응급조치 외 추가 쿼터 배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값을 받는 것은 물론 수출 경쟁력까지 확보하려면 품질 유지와 적절한 어획 관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며 “급랭 시설을 통해 경북 동해안을 참다랑어 중심의 고부가가치 어업 특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피현진·박윤식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