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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복수의 칼날

등록일 2025-08-07 16:34 게재일 2025-08-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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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철 수필가

두 개의 잔혹한 이야기가 들렸다. 육십 대 초반의 한 남자는 자기 생일날 며느리와 손주가 보는 앞에서 자기 아들을 총으로 쏴 죽였다. 그러고는 이야기한다. 이혼한 아내가 너무 미워서 어떻게 해서든지 복수하고 싶었고 그래서 택한 방법이 아내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아들을 죽이는 일이라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였다. 아내가 그렇게 미웠으면 그냥 아내에게 총을 쏘면 될 일인데 왜 자식에게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지른 것일까. 눈앞에서 할아버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아버지를 보았을 어린 손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단 말인가. 이런 일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또 다른 이야기는 삼십 대 초반의 남자 이야기다. 젊은 나이에 객기를 부리다가 사업에 실패했다. 재기를 위해 처가의 돈을 많이 빌렸다. 하지만 계속된 사업 실패로 궁지에 몰리게 되었고 장인의 돈 독촉은 연일 계속되었다. 급기야 이혼 이야기까지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이 남자는 모든 사업자 명의를 자신의 아내에게 다 돌려버리고 모든 빚을 그쪽을 향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아내가 자는 방문 앞에서 목을 매고 죽어버렸다. 밤이 새도록 남편의 시체를 방문에 걸어 놓고 잔 셈이 되었다. 아침에 잠에서 깬 아내는 방문에 목을 매 죽어 있는 남편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일이 있은 지 꽤 되었지만, 아내는 정신과 약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독한 인간이 아닐 수 없다. 이게 장인을 향한 보복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참으로 끔찍한 짓이 아닐 수 없다. 어찌 인간으로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최근 이야기 두 개를 뽑았을 뿐이지 비견한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분명히 이 사회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대 사회에 부모라는 개념, 부모와 자식이라는 개념이 있을까? 가족이란 개념은 전혀 없는 사회에 살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예를 든 두 남자는 지네 부모에게 증오의 표출 방법으로 아주 잔혹하게 남을 짓밟는 것만 배웠지, 가족에 대한 사랑은 눈곱만치도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자기는 무조건 옳고 남이 다 잘못했다는 지극히 이기적 사상관으로 세상을 살아온 것이다. 자기 잘못은 도외시 한 체 남에게 상처받는 것을 못 참고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지고 사는 이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 자격지심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대충 넘어갈 성질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존경받는 어른이 없어진 지 오래다. 어른이 없어지니 전부 어른 행세를 한다. 나이가 조금 먹었다 싶으면 안하무인처럼 행동하고 아무 날이나 걸림이 없다. 이러니 젊은이들조차 예의는 사라지고 몰염치만 남았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할 종교 성직자들은 정치 놀이에 여념이 없고 납골당이나 팔아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 국민정신 건강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사랑으로 남을 보듬어주는 정(情)이 없어졌다. 남에게 절대 지지 않으려고 죽기 살기로 악다구니처럼 살아가는 군상들이다 보니 남에 의한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힘은 사라지고 복수의 칼날만이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있는 느낌이라 갈수록 세상살이가 피곤해진다.

/노병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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