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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욕망의 끝판왕, 죽은 자의 천국

등록일 2025-08-18 18:16 게재일 2025-08-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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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봉학 변호사

사후세계의 천국은,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가장 궁극적 욕망의 표상이요, 지상에서의 고통과 결핍을 넘어선 풍요, 불멸, 평화, 완전한 사랑,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 만든 처절한 상징이다. 천국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허구 세계다. 믿거나 말거나, 죽은 자의 천국은 없으며, 오지 않으며, 온다 한들 죽은 후라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백번을 양보하여 천국이 존재한다 치더라도, 죽은 이후 천국의 도래는 용서할 수 없다. 왜 하필 죽은 이후에 오는가. 있다면 죽기 전에 오라.

천국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겐 천국의 부재는 견딜 수 없는 현실의 고통이다. 이들은 천국을 믿음으로써 현재를 낭비한다. 이들은 천국을 믿음으로써 삶에서 도피한다. 이들에겐 천국이란 낙타가 짊어진 거대한 짐이다. 천국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겐 천국은 아무런 관심 사항이 아니다. 이들은 천국의 부재로 인하여 고통받지 않는다. 이들은 천국을 위하여 기도하지 않으며, 천국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유예하지도 않는다.

릴케는 ‘두이노의 비가’에서 우리네 삶은 ‘오직 한 생’이라 그랬다. 인류의 수 많은 현자들은 릴케처럼 우리네 삶이 오직 한 번뿐이라는 걸 알았다. 다음 생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오직 한 생인 지금 이 삶의 소중함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돌아오질 않을 이 한 번의 삶을 위하여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도덕적 삶은, 천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너무나 당연한 삶의 기준일 뿐, 천국의 문을 통과하기 위한 자격증이 아니다. 현자는 천국을 위하여 다음 생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나머지 삶을 천국에서 보상받겠다고 기대하면서 지난 삶을 살아왔던가! 그래도 늦지 않았다. 남은 삶을, ‘지금의 삶, 여기의 천국’에 아낌없이 투자하여야 한다. 후회할 일도, 후회할 필요도 없다.

천국이란, 인간이 지어낸 욕망의 끝판왕이다. 욕망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현실 세계에서의 결핍과 불완전을 사후에 보상하려고 인간들이 만들어 낸 정교한 상징 체계가 천국이다. 과도한 욕망은 삶을 힘들게 하고 고통 속으로 몰아간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다. 천국에의 집착은, 욕망에 대한 집착과 동의어이다, 천국에 대한 믿음은 우리들로 하여금 현실 세계를 경멸하게 하고, 삶을 부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천국에의 집착은 오히려 우리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갈지 모른다. 이 세계 너머 저 세계는 없다.

천국을 찾고 싶다면 주위를 살펴보면 된다. 그냥 눈을 뜨면 된다. 여기저기 천국이 널려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죽은 이후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라. 천국에 대한 갈망도, 지옥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질 것이다. 죽음과 그 이후는, 산자의 인식(생각)일 뿐, 삶의 부분도, 삶의 연장도 아니다. 에피쿠로스는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존재 하는 동안 죽음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고, 죽음이 올 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천국을 믿는다면, 그대는 허무주의자일 가능성이 많다. 천국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당신의 주변에서 깨끗이 정리하시라. 그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지니, 천국이라는.

/공봉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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