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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안개처럼 흩어지다” – 이지혜 사진전 ‘기억의 부유’ 개최

한상갑 기자
등록일 2025-09-02 13:47 게재일 2025-09-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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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김광석길 예술상회토마서 17일부터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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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作 ‘기억의 부유’

대구 김광석길 예술상회토마는 17일부터 30일까지 사진가 이지혜의 개인전 ‘기억의 부유(Brouillard de la Mémoire)’를 연다. 이번 전시는 2025 대구 사진비엔날레 개막을 기념해 기획된 초대전으로, 약 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지혜 작가는 ‘심리적 정물(Psychological Still Life)’이라는 독자적 조형 언어를 통해, 기억과 부재, 존재의 껍질을 응시한다. 작품 속 장식용 새, 시든 꽃, 파손된 인형 등 정물들은 현실의 부재를 상징하며, 영화적 이미지와 교차하며 사라져가는 기억의 윤곽을 포착한다. 관람객은 현실과 환상, 기억과 망각이 겹쳐지는 복합적 시각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구글 포토 속 꽃 사진을 AI로 흑백 변형하며, 과거를 단순히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행위를 시도했다. 색이 사라진 자리에서 감정과 질감은 더욱 선명해지고, 기억은 새로운 형식으로 부유하며 재구성된다. 작가는 “기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안개처럼 흩어지고 부유(浮游)하며 끊임없이 재생된다”고 전한다.

이지혜 작가는 영남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실내건축 전공, 파리 건축 4대학(DPLG 과정)을 수료했다. 국내외 건축·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며 2014년부터 사진 작업을 통해 심리적 풍경과 내면의 시각화를 탐구해왔다.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미술관, KP갤러리, PLACE M 도쿄 등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하며, 건축적 시선과 정서적 밀도를 융합한 독자적 사진 언어를 구축했다.

안개처럼 흩어지는 기억의 순간을 사진으로 마주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관람자 각자의 내면과 무의식에 질문을 던지는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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