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대형마트가 빠르게 변화를 주며 지역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장을 보는 곳’이었던 대형마트가 가족 나들이와 체험, 여가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에 ‘대변신 붐’이 일고 있는 것.
2일 오후 찾은 경산시의 한 대형마트는 평일임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식료품 코너가 아니라 서점과 카페였다. 카트를 잠시 옆에 세워두고 소파에 앉아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바로 옆 장난감 매장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형형색색의 장난감을 만져보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호기심을 드러냈고, 부모와 함께 장난감을 고르는 순간마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혜윤(49·여·경산 중방동) 씨는 “기존에는 1층과 2층으로 분리돼 있었으나 리뉴얼 이후에는 생필품과 먹거리를 한 층에서 쇼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 더 편리해졌다”며 “반려견도 동반 입장 가능해서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구 서구의 한 대형마트도 인산인해였다. 평일 낮임에도 쇼핑객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고, 1층 식료품과 베이커리 매장은 계산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갓 구운 빵 향이 매장을 가득 채우자 손님들은 바구니를 들고 줄지어 서며 기다림조차 즐기는 듯했다.
2층에는 대량 판매 상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저렴한 가격표와 할인 행사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어 쇼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고객들은 필요한 물건을 두세 개씩 집어 카트에 담으며 매대 앞은가득 찼다.
아이와 함께 매장을 찾은 이지현(40·여·대구 서구) 씨는 “식품이 괜찮다고 소문이 나서 와봤는데 종류도 많고 맛도 좋았다”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앞으로 자주 찾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형마트가 이처럼 변신을 꾀하는 이유는 급성장하는 이커머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온라인 쇼핑으로 직접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면서, 대형마트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새로운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오프라인 매장들은 ‘보고 즐기는 체험장’이라는 콘셉트에 방점을 찍고, 오프라인 매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공간을 선보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자들이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머물며 즐기고 경험할 수 있도록 매장을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추석과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외형 확장과 본업 강화를 동시에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특화 매장, 체험형 콘텐츠, 퀵커머스(즉시 배달) 연계 등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장을 보는 공간을 넘어 여가와 쇼핑이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