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활동하는 정미영(53) 수필가가 두 번째 수필집 ‘소리의 서막’(아르코 )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고요한 순간 속에서 발견되는 삶의 소리, 말 이전의 숨결, 기억 속 침묵까지 일상의 미세한 진동을 54편의 글에 담아냈다.
2025년 경북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된 이 작품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들을 위한 자리”라는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에게 은은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책의 표제인 ‘소리의 서막’은 ‘소리의 서막은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에서 따왔다. 정 수필가는 “사이렌 소리처럼 생명을 구하는 소리는 진중한 밀도로 다가오듯, 모든 소리가 희망으로 귀결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러한 독특한 시선은 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필 부문 선정으로 이어지며 작품의 깊이를 증명했다.
수필집은 제1부 ‘내 영혼을 매혹하는 수필 향기’부터 제5부 ‘나의 소소한 여행’까지 총 5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오래된 슬픔과 찰나의 기쁨을 교차시키며, ‘달빛이 환한 밤’ ‘벚꽃, 그리움’ 등 추억과 상실의 감정을 풀어낸다. 제2부에서는 문장과 책, 여행이 교차한다. ‘소나무 향 따라 맨발로 걷는 북천수’ ‘우물쭈물하면 좀 어때’처럼 사소한 순간에서 발견한 삶의 통찰이 돋보인다. 제3부 ‘영수 회담: 영화, 수필을 만나다’는 ‘장밋빛 인생’ ‘번데기, 아버지의 시간을 풀다’ 등 영화적 상상력과 수필적 사유를 결합했다. 제4부는 ‘소리의 서막은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를 비롯한 10편의 수상작이 수록됐다. 내면의 고요함과 치유를 탐구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제5부는 ‘아를, 고흐의 그림 속을 걷다’, ‘알람브라 궁전, 시간의 문을 열고’ 등 유럽 여행기를 서정적으로 기록하며 공간과 시간의 교차를 그려냈다.
정미영 수필가는 “가장 깊은 말은 침묵 속에서 피어난다”고 말한다. 15년간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며 쌓아온 통찰을 바탕으로, 그는 이번 책에서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거대한 서사로 확장시켰다. 특히 ‘영수 회담’ 시리즈는 영화 속 장면과 현실의 감정을 연결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2005년 ‘에세이스트’ 신인상으로 등단한 정미영 작가는 2020년부터 경북매일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며 지역 사회에 문학적 감수성을 전파해왔다. 첫 산문집 ‘사계’(2023)에 이어 이번 신작에서도 삶과 소리, 기억의 교차점을 탐구하며 독자들과 소통한다.
그는 “오래된 슬픔에서 태어난 글도, 지나가는 바람 같은 기쁨에서 탄생한 글도 모두 나를 쓰다듬었다”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도 은은한 치유의 서막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