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밥 헌터스 포항 파스타 쉐프 피자 테두리마저 바삭하고 고소 고소한 풍미 입안 가득한 리조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만 사용 치즈도 최상품만 고집 음식에 진심 요리를 정말 좋아하고 즐기는 쉐프 "정직하게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단골이 늘어날 때마다 보람을 느껴"
실크로드와 국수의 만남, ‘누들로드’라는 2008년에 방영된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국수가 우리 손에 온 길을 알았다. 한 알의 밀이 국수가 되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그 뒤에 감춰진 동서 문명 교류의 수수께끼를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면 요리를 가져왔다는 설이 널리 알려졌지만, 폴로 이전에도 이탈리아에 유사한 반죽 요리가 있었다는 반론이 있다.
포항에 파스타를 제대로 요리하는 집이 있다. ‘파스타 쉐프’, 이름부터 세프라 붙인 걸 보면 분명 사장님은 요리에 진심이다. 두호고등학교 앞에 있을 때부터 단골이 있을 정도로 맛집이었다. 하지만 외진 곳이라 포항에 놀러 온 사람들이 우연히 지나다 들어갈 수는 없었다. 최근 ‘스카이 워크’ 가는 길에 자리를 옮겨 실내도 조명도 새로 단장해서 오픈했다. 음식점이 리모델링하거나 이사, 또는 주인이 바뀌면 맛도 변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 걱정을 하며 방문했다.
주말 늦은 점심시간이라 우리뿐이었다. 블루베리 피자와 트러플 크림 리조또를 시켰다. 여느 집에는 물을 종이컵에 주는데 이곳은 예쁜 유리잔이다. 우아한 목이 있는 유리잔, 오이 피클도 사장님이 직접 담가 새콤달콤 자극적이지 않다. 셀프 바에서 마음껏 더 가져다 먹어도 된다. 주문하기를 누르자마자 그때 오픈 주방에서 사장님이 요리를 시작했다. 우리 음식이 만들어지는 소리가 콩콩콩 들렸다.
피자가 먼저 나왔다. 리코타, 모짜렐라 등 네 가지 치즈가 올라간 피자. 통밀로 직접 반죽하고 숙성한 뒤 만들어 화덕에서 구워 나왔다. 한 조각 떼어내니 쭈욱 늘어난다. 테두리 부분 꼬다리가 바삭하니 고소해 남길 수 없는 맛이다. 다른 집의 피자는 두 조각 이상 먹으면 손이 안 가는데, 둘이서 한판 다 석션했다. 리조또를 숟가락으로 덜어내니 긴 실처럼 치즈가 따라왔다.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했다. 맛이 변하지 않았다. 다 먹고 사장님께 들으니 트러플 크림 리조또는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라고 했다. 오래 계속 볶아서 만들어야 하니, 손님이 많을 때는 만들기 힘들다 한다. 다행히 늦은 점심시간이라 가능했다고 하니, 가기 전에 예약하고 가면 좋겠다.
‘파스타 쉐프’의 음식이 마지막 한 입까지 느끼하지 않은 이유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버진 올리브유란 화학적 방법이 아닌 올리브 열매를 으깨어 즙을 짜내 만든 기름, 즉 압착 올리브유를 말한다. 이 압착 올리브유 중에서 산도 0.8% 이하의 최상급 제품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라고 한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은 공복에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지고 소화를 돕는 데 효과적이며, 심혈관 건강과 항산화, 피부 및 두뇌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치즈도 최상의 품질만 고집한다. 이렇게 음식에 진심인 이유는 사장님이 요리를 정말 좋아하고 즐기며 한다고 했다. 자신이 정직하게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단골이 된 사람들이 늘어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건물 왼쪽 벽에 ‘화덕 수제 피자가 맛없으면 공짜’라고 크게 적혀 있다. 쉐프의 자신감과 철학이 담긴 글이다. 나라에 가슴 아픈 사건이 있거나 코로나가 번졌을 때 가게에 손님의 발길이 몇 달씩 끊겼다고 한다. 파스타와 피자는 사람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려울 때도 맛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최고의 재료를 고집하며 더 기본에 충실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음식점이 생겨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요즘, 13년 누들로드의 끝인 포항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사장님의 맛에 대한 뚝심이었다.
매주 월요일이 쉬는 날이지만, 빨간 월요일은 영업한다. 오전 11시 30분~오후 8시 30분, 브레이크 타임 오후 2시 40분~5시, 명절 연휴 영업한다. 주소 : 북구 해안로 441 (여남 스카이 워크 가는 길) 054-253-8686.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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