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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시인의 시심 재조명 창작오페라 ‘약속의 봄’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11-09 17:01 게재일 2025-11-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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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대구 달서아트센터서 첫선
인칸토 솔리스트 앙상블 등 참여
시대 초월한 저항, 희망·용기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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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오페라 ‘약속의 봄’ 포스터.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어둠 속에서도 민족의 아픔을 시로 승화시킨 이상화 시인의 혼을 담은 창작오페라 ‘약속의 봄’이 오는 11일 오후 7시 30분 대구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첫선을 보인다. 

이번 공연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잘 알려진 이상화 시인(1901~1943)의 삶을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재현할 예정이다. 이상화의 뜨거운 시혼은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민족의 한을 어루만지는 감동이었다. 

이번 작품은 대구·경북지역을 대표하는 젊은 성악가들로 구성된 혼성중창단인 인칸토 솔리스트 앙상블(대표 안성국)이 2025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지속연주활동지원 사업에 선정돼 무대에 올리게 됐다. 

대본은 이상화 생가터를 복합문화공간 ‘라일락뜨락1956’으로 변모시킨 화가 권도훈 대표가 집필했으며, 작곡은 창작음악연구소 ‘봄은’의 대표 김보미가, 연출은 인칸토솔리스트앙상블 대표 안성국과 박지훈이 공동으로 맡았다. 각색 작업에는 손수민과 박지훈이 참여했고, 예술감독은 윤혁진, 음악감독은 문준형이 각각 담당했다.

출연진으로는 이상화 역에 테너 김동건, 나무 정령 역에 바리톤 박상현, 유보화 역에 소프라노 김태인, 백기만 역에 베이스 한준헌, 순사 역에 테너 이상규, 남학생 역에 테너 김윤중, 여학생 역에 메조소프라노 정지윤, 박종화 역에 바리톤 유광준, 그리고 제문 읽는 남자 역에는 이상화 시인의 집안 종손인 이원호가 출연한다.

2025년 현재, 이상화 생가터(대구시 중구 성정로 13길 7-20)에는 200여 년을 살아온 라일락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나무는 일제강점기 조국을 사랑했던 민족시인 이상화의 혼과 시심이 깃든 상징으로서 매년 봄 이상화를 그리워하며 꽃을 피운다. 

오페라는 1919년 대구 3·8만세운동을 배경으로 젊은 이상화가 시로 민중을 깨우고 독립의 함성을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1막에서는 대구 3·8만세운동을 배경으로, 이상화와 그의 친구들이 만세운동을 준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2막은 일제의 검열 속에서 절망에 빠진 이상화가 시인으로서의 사명을 되새기는 과정을 다룬다. 3막은 동경 대지진 당시 조선인으로 몰려 체포된 이상화가 시로 민족의 자존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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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고택 전경. /대구지방보훈청 제공

4막은 귀국 후 옛 연인 유보화와의 재회와 이별을 통해 사랑과 약속의 의미를 되새긴다. 마지막 5막에서는 모든 것을 잃은 이상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완성하며 조국의 봄을 염원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에필로그에서는 현재의 이상화 생가로 돌아와 만개한 라일락 나무 앞에서 한 남자와 여자가 그의 시비를 바라보며 시를 읊는다. 이 목소리는 곧 합창으로 번져 무대 위 모든 인물이 함께 노래하며, 이상화의 시와 정신이 우리 시대의 봄으로 다시 살아난다. 

안성국 인칸토 솔리스트 앙상블 대표는 “오페라 ‘약속의 봄’은 시대를 초월한 저항의 목소리이자 노래로 되살아나는 찬란한 봄날의 기록”이라며 “민족시인 이상화 선생의 시와 정신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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