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MBC, 13일 ‘한국의 둘레길’ 8부 ‘해파랑길의 시간’ 방송 배우 김석훈 내레이션 맡아 ‘SF 소설가’ 정보라도 출연
포항MBC가 오는 13일 오전 10시 동해안의 아름다운 길을 입체적으로 기록한 초고화질(UHD) 다큐멘터리 ‘한국의 둘레길’ 8부 ‘해파랑길의 시간’(담당 이수현 PD)을 방송한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지역·중소 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사업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770km에 이르는 국내 최장 도보 여행길로, 동해안의 문화와 자연을 잇는 상징적인 길이다.
이번 편에서는 경주 구간(11, 12코스)과 포항 구간(16, 17코스)의 풍경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담아내어, 시청자들에게 현장의 생동감을 전달할 예정이다.
△경주 구간: 천년의 시간이 빚은 자연 미학
경주 구간은 고대 신라의 유산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다. 문무대왕릉의 장엄한 일출로 시작해 파도와 암석이 만들어낸 ‘전촌용굴’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은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카메라 앵글은 육지와 바다를 넘나들며 생생한 풍광을 포착했다. 특히 감포 해녀들의 성게 채집 현장과 에메랄드빛 바다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전하며,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스킨스쿠버의 ‘수중 플로깅’ 활동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한편,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아있는 감포 ‘깍지길’은 적산가옥과 100년 된 목욕탕을 리모델링한 카페 등이 어우러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감은사지 삼층석탑의 야경 아래 프랑스, 벨기에 등 여러 나라에서 온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탑돌이’ 장면은 신라 시대 정취를 되살린다.
이 구간에서는 골굴사 선무도 수행자들, 시각장애인과 활동지원사, 감포 해녀들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각자의 삶의 궤적을 길 위에 새겨 넣는다. 이들은 단순한 탐방객이 아닌, 역사와 자연, 문화를 매개로 서로의 이야기를 교감하며 ‘함께 걷는 길’의 의미를 되새긴다.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모습은 포용적 사회를 향한 작은 실천으로, 길 자체가 주는 치유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포항 구간:산업도시에서 SF적 상상력의 무대로
포항 해파랑길은 철강 산업의 도시 이미지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보여주는 코스다. 울창한 송도 솔밭과 도심 속 ‘철길숲’은 산업시설과 녹지가 조화를 이룬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특히 밤이 되면 영일대 해수욕장의 화려한 조명과 ‘우주 문어’를 연상시키는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가 철강공단 불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야경을 선사한다. 세계적 문학상 인 부커상 후보에 올라 주목받은 SF 소설가 정보라는 이곳에서 “SF적 영감이 샘솟는 도시”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MBC 8개 사가 공동 제작한 ‘한국의 둘레길’ 프로젝트는 부산 갈맷길부터 시작해 여수 금오도 비렁길, 안동 외씨버선길, 제주 올레길, 대구 팔공산 둘레길, 목포 서해랑길, 대전 내포문화숲길, 포항·경주 해파랑길 등 전국 1340km의 수려한 둘레길을 차례로 조명한다.
이번 편 내레이션은 ‘쓰저씨’(쓰레기 줍는 아저씨)로 잘 알려진 배우 김석훈이 맡아 따뜻하고 친근한 목소리로 길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동해안의 푸른 길 위에서 펼쳐지는 사람과 자연의 교감을 통해 시청자들은 안방에서도 여행의 설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